우리의 불평등

by 정희

요즘 마라톤 대회에 재미를 붙인 딸아이가 다녀온 대회 이야기를 들려줬다. 공공기관에서 주최한 행사였는데, 시작부터 끝까지 엉망이었다고 한다.


안내가 제대로 되지 않아 참가자들이 우왕좌왕했고, 준비운동 시간에는 아주 앳된 말단 직원이 나와서 본인도 동작을 제대로 몰라 유튜브를 보며 따라 했다고 한다. 중간에 엉뚱한 동작을 하거나 갑자기 끊기기도 했다. 같이 간 친구는 "어떻게 대회를 이렇게까지 엉망으로 할 수 있냐"며 화를 냈다.


그런데 딸아이 눈에 들어온 건 다른 장면이었다. 대회 시작 전, 기관장과 국회의원, 시의원, 구의원까지 줄줄이 나와 한참 동안 연설을 하는 동안, 그 앳된 직원은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있었다. 어설프지만 어떻게든 행사를 끌고 가려 애쓰는 모습이 역력했다고.


딸아이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도 모르게 그 직원의 뒷이야기를 상상했다. 공직 사회에 오래 몸담았던 사람으로서, 그 장면이 낯설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마 어디선가 "요즘 마라톤 인기라던데, 하나 열어보자"는 말 한마디가 떨어졌을 것이다. 그 일은 아래로, 또 아래로 내려가 결국 그 직원에게 닿았을 것이다. 주말에도 나와 섭외하고 준비하고, 도움은 거의 받지 못한 채 혼자 끌어안고 뛰어다녔을 것이다. 그렇게 겨우겨우 판을 깔아놓으면, 그 위에 올라선 사람들이 얼굴을 알리고 인사말을 한다.


물론 이건 내 상상일 뿐이다. 실제 사정은 다를 수도 있다.


하지만 유튜브를 보며 어설프게 준비운동을 이끌던 그 직원의 모습이 자꾸 마음에 걸렸다. 그 어설픔이 무능해서가 아니라, 혼자 너무 많은 것을 감당해야 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오늘도 어딘가에서 그런 사람이 있을 것이다. 단상 위의 박수는 다른 사람에게 돌아가더라도, 묵묵히 판을 깔고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