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9월
아마도 내 글을 보는 분들 중에는 암과 같은 큰 질병에 걸리신 분들이 가장 큰 관심과 공감을 하실 거라는 생각이 들지만 나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 대상이 꼭 어떤 병에 걸리신 분들만은 아니다. 오히려 자신은 건강하다고 생각하는 보통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들이다. 불과 며칠 전까지 나 자신이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물론 암에 걸릴만한 원인이 전혀 없었냐고 한다면 빠져나갈 구멍은 없다. 개인적인 문제들로 힘들었던 시기들도 있었고, 어느 순간부터 운동에 거의 손을 놓아 버렸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암에 걸릴 만한 이유가 될 것이다.
하지만 평생을 살아가는 동안 큰 병치레를 해본 적도 없었고, 우리 집은 항상 건강식 위주의 식단이며, 담배도 하지 않고, 술 역시 어쩌다 술을 마시는 친구들 만날 때 외에는 거의 마시지 않게 된 것이 근 10년은 된 것 같다. 친가 외가 쪽에 암에 걸리신 분들이 없어 암은 나와는 동 떨어진 이야기라고 생각해 왔었기도 했다.
대장내시경을 받는 순간까지도 몸에 커다란 이상 증상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 암은 어느 날 갑자기 교통사고처럼 나타난 것이다...
그렇다면 원망할 것인가? 좌절할 것인가?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긴 인생은 아니지만 인생은 언제든지 뜻하지 않은 고통과 시련을 가져다준다는 것 정도는 아는 나이가 되었기에 나는 그저 묵묵히 받아들이기로 했다.
최근에 박찬욱 감독의 영화 '어쩔 수가 없다'가 개봉한다고 하는데 계속 그 말이 머릿속에서 빙글빙글 돌았다. 물론 이 말이 영화에서는 자기 합리화를 위한 부정적인 단어로 나의 상황과는 전혀 다르게 사용되는 것 같지만 그런 것이 한국말의 미학이 아닌가!
어쩔 수가 없다는 심정으로 나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있었다. 3차 의료기관인 상급종합병원에서 진찰을 받고, 3일 동안 폐기능 검사, 유전자 검사, 심전도 검사, 에스상 결장경 검사, MRI, PET-CT 등 다양한 검사가 진행되었다.
9월 17일에 재방문하면 검사 결과 및 추후 치료 계획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대학 동아리를 함께 했던 의사 동생이 수술 불가보다는 수술이 가능한 것이 훨씬 좋은 것이라고 한다. 과연, 나는 수술이 가능하다는 소견을 들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