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지 않은 글, 살아 있다는 증거
나는 2013년 8월 6일, 고등학교 1학년 여름방학에 네이버 지식인에 글을 하나 남겼다.
제목은 “살기 너무 힘들어요”였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건 단순한 질문이 아니었다.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현실 속에서, 어디로도 향할 수 없는 마음을 겨우 인터넷 공간에 풀어낸 구조 신호였다.
누군가, 이름도 모르는 낯선 사람이 내 이야기를 들어주길 바라는 마지막 시도였다.
그 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아빠가 자주 때려요. 욕은 매일 들어요.
야, 이 미친 년아. 씨발년아. 개 같은 년아…
익숙해질 것 같았는데, 들을 때마다 여전히 마음이 아프고 힘들어요.
손으로도 때리고, 주먹으로도 때려요.
지난번엔 맞아서 왼쪽 고막이 터진 적도 있어요.
그때는 눈에 별이 보였어요.
방금은 선풍기를 던졌어요. 그 전엔 후라이팬을 던진 적도 있어요.”
엄마는 내 편이 아니었다.
내가 잘못해서 맞는 거라고, 내가 문제라고 말했다.
나는 그 말까지 믿었다.
내 잘못 때문이라고.
내가 쓸모없는 존재라서 그렇다고.
그 글을 올리고 나서, 나는 한동안 화면만 뚫어져라 바라봤다.
혹시 누군가 내 손을 잡아주지 않을까.
내가 보낸 신호에 응답해 주는 사람은 없을까.
하지만 돌아온 건 몇 마디 형식적인 위로와,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 충고뿐이었다.
“힘내세요.”
“경찰에 신고하세요.”
힘내라는 말은 너무 가벼웠고, 신고하라는 말은 너무 무거웠다.
내 처지를 조금도 모르는 말들이었다.
나는 경찰에 신고할 용기도, 집을 떠날 용기도 없었다.
어디에도 기댈 곳이 없었다.
그때 나는 진심으로 믿었다.
내가 이렇게 살아가는 건 내 잘못이라고.
내가 더 잘하면, 착하면, 아빠가 화내지 않을 거라고.
하지만 아무리 애써도 폭력은 멈추지 않았다.
내가 잘못해서 맞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그때의 나는 몰랐다.
그래서 점점 더 깊은 구멍 속으로 빠져들었다.
내가 쓸모없는 존재라서, 내가 가치 없는 사람이라서 이렇게 맞는 거라고, 스스로를 탓했다.
지금 그때의 글을 다시 읽어보면,
한 문장 한 문장마다 절망이 스며들어 있다.
“이제 너무 살기 싫어요.”
이 짧은 문장 안에, 그 시절 내가 느낀 모든 것이 다 담겨 있다.
내 삶은 벼랑 끝에 서 있었고,
나는 그저 누군가가 내 손을 잡아주길 바랐다.
하지만 그 손은 끝내 오지 않았다.
그 글은 지워지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도 인터넷 어딘가에 남아 있다.
십 대의 내가 보낸 구조 신호, 그 흔적이.
그 글을 쓸 때의 나는 몰랐다.
훗날 이 기록이 내가 살아남았다는 증거가 될 거라는 걸.
누군가는 그 절규를 하찮은 하소연쯤으로 여겼을지 모르지만,
내겐 그것이 삶에 매달린 마지막 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