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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현 Jul 30. 2022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다 보니, 작가가 되었습니다.

내 직업은 작가다. 

작가도 종류가 많기에 무슨 작가냐고 구체적으로 묻는다면, '소설가'라고 답하지만, 

소설도 쓰고, 작사도 하고, 에세이도 쓰니까.... 그냥 '글 쓰는 사람'이 더 명확한 것 같다. 


물론, 내 최종 꿈은 글 쓰는 사람이 아니라,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사람이다.


그림을 잘 그렸다면, 웹툰을 그렸을 거다. 

아무래도 글보다는 그림을 더 많은 사람들이 쉽게 찾으니까. 


돈이 많이 있었다면, 영화를 찍었을 거다. 

개인적으로 나 역시 책보다는 영화를 더 쉽게 접하니까. 


아무튼, 

어쩌다 보니, 

돌아 돌아 돌아, 

난 작가가 되었다.


1. 산책

산책을 좋아한다. 

산책하면서 바람을 맞고, 구름을 보고, 멍하니 공상에 빠지는 것을 좋아한다. 


처음엔 동네 한 바퀴 돌았지만 차츰 동네에 익숙해지자 옆 동네가 궁금했다.

그래서 버스를 타고 옆 동네에 가서 산책을 즐겼다. 

그러나 옆 동네나 우리 동네나 다르지만 닮아있기에 난 조금 더 다른 모습의 동네를 산책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검색을 하고, 거리가 좀 있으면 주말을 이용해서 일부러 멀리까지 찾아가서 산책을 즐겼다. 


난 변함없이 동네를 거닐며 산책을 할 뿐인데, 

언젠가부터 사람들은 나에게 '여행'을 참 좋아하시네요,라고 했다. 

지금도 난 여행을 한다는 생각보다는, 그저 낯선 동네, 낯선 거리를 산책하는 쪽에 가깝다.


2. 글쓰기

글쓰기는 즐거운 취미다.

친구들이 게임이 빠지고 스포츠에 빠지고 드라마에 빠졌을 때도, 난 글을 쓰는 게 즐거웠다. 

초등학생 때부터 원고지에 소설을 썼고 (물론 다시 읽어보고 싶지도 않은 졸작이지만)

10대 때는 교지, 잡지 등에 다양한 에세이를 썼다. 

글을 잘 써서라기 보다는, 글 쓰는 사람이 없어서 내게 기회가 온 게 아닌가 싶다. 


3. 사진

사진은 성인이 되어서 처음으로 찍어봤다. 

(물론 그 전에도 소풍을 가거나 하면 일회용 사진기로 사진을 찍었지만)

그 무렵 보급형 DSLR이 나오기 시작했고, 사람들 사이에서 디카가 유행처럼 번졌다.

나도 그때 다양한 디카를 구입해서 마구잡이로 사진을 찍었다. 

내가 보는 것들, 내가 기억하고 싶은 순간들을 사진으로 남기는 것은 참 매력적인 일이었고, 

난 그 취미에 흠뻑 빠졌다. 


이렇게 좋아하는 것을 계속해왔을 뿐이다. 

산책을 하고, 그 풍경들을 사진으로 남기고, 내가 겪은 일들, 생각들에 대해서 글을 썼다. 

그렇게 하나둘씩 정리를 하니까, 책으로 만들고 싶은 욕심이 났다. 


처음으로 출판사에 정리한 원고를 보냈다. 

파워포인트에 사진과 글을 올려놓고, 나름 여행책의 느낌이 나도록 정리했다.

그러고 보니, 컴퓨터를 전공해서, 파워포인트를 제법 다룰 줄 알았다. 

(컴퓨터는 좋아하는 일은 아니니 패스)


Anyway. 

처음으로 보낸 출판사에서 바로 연락이 왔다. 

그리고 바로 계약을 하고, 그해 바로 출간을 했다. 

'여행 에세이'라는 장르가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때를 잘 탔던 것 같다. 

지금은 여행 에세이.... 출간하려고 하는 출판사가 얼마나 될까 싶다. 


4. 책

글쓰기를 좋아하다 보니, 책도 좋아한다.

좀 더 글을 잘 쓰고 싶은 생각에서 읽기도 하고, 

나른 작가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그걸 어떻게 표현하는지도 궁금하고, 

요즘 책의 트렌드를 살펴볼 생각에서도 읽고, 

그냥, 좋아해서 책을 읽는다. 


책을 좋아하니, 책을 계속 내고 싶었고, 

본격적으로 책을 내기 위한 원고를 기획했고 썼다. 


여러 권의 여행 에세이를 냈고, 

모두 다, 산책을 좋아하고, 글쓰기를 좋아하고, 사진을 좋아하고, 책을 좋아해서, 

나의 산책을 책 형태로 정리했을 뿐인데, 

그런 책이 한 권 두 권 출간이 되면서, 나에게는 "여행작가"가 되었다. 


5. 공상

여기서 멈추지는 않았다. 

충분히 매력 있는 직업이기에, 앞으로도 쭉 '여행작가'로 살겠지만, 

'여행작가'만으로 살고 싶지는 않았다. 


산책을 하면서, 공상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 '공상'도 책으로 만들고 싶었다.

정확히는 '책'이 아니라 어떤 형태라도 좋았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다면, 웹툰으로 정리했을지도 모른다.

글쓰기를 좋아했던 내가, 책을 출간한 것처럼. 


Anyway. 

공상은 결국 소설이 되고, 그 원고는 다듬고 다듬어서 책이 되었다. 

꽤나 힘들었고, 지금도 어려운 작업이긴 하지만, 

무척이나 보람되고 즐거운 일이었다. 


6. 즐거운 일을 계속하다 보니, 작가가 되었다.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된다는 건 무척이나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직업이 되었다고 다 돈으로 연결되는 건 아니다. 

그러니까, 좋아하는 일이 돈으로 연결되는 건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좋아하는 일을 멈추고 돈을 벌던 때도 있었고, 

어떻게든 좋아하는 일이 돈까지 연결되도록 아등바등 노력한 적도 있었다. 


지금은, 

'돈을 꼭 벌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크다.

YOLO는 아닌데 생각은 좀 비슷하다. 

오늘 당장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데 

필요 이상으로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

지금의 시간을 낭비하거나, 

좋아하는 일을 하지 못하고 참는 게 아니다는 생각이다.


7. 앞으로도 쭉

새로운 '좋아하는 일'은 계속해서 생겨난다.

그리고 너무도 감사하게,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면 어떻게 되는지 

이미 여러 차례 직접 경험을 했기에, 

그 좋아하는 일도 직업까지 연결할 자신이 있다. 

(역시나, 돈까지 연결할 자신은 없지만)


좋아하는 일은 찾는 게 아닌 거 같다. 

하다 보면 내가 좋아하는 일이 되거나, 

찾지 않아도 이미 좋아하는 일은 하고 있다.


적성이 뭔지도 모르고, 찾으려 하지도 않고, 기회도 없었고,  

그저 성적에 맞춰 과와 대학을 선택하고,

그러니 '좋아하는 일은 취미로 해라'라는 소리를 듣고 

졸업했으니 취업을 하고, 취업을 했으니 월급이란 마약(?)에 점점 중독되어가고, 


그러나 통장에 돈이 좀 모였다 싶으면,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겠다)

그제야 자기가 좋아했던 일에 돈과 시간을 쓰는데....


이렇게 살아왔던 내 삶을 돌아보면 참 후회스럽다. 


Anyway.

이제부터라도, (이제는 찾아주는 회사도 없지만)

남이 아닌 날 위해서 일하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고 싶다. 

그렇게 살기에도.... 정말 이젠, 너무 짧은 삶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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