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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프, 낯선 이방인을 반겨주는

낯선 설렘: 체코

by 감성현

체코의 기차는 (대부분) 4인실 방으로 되어 있다.

마치 코인 노래방 같은 분위기의 아늑함을 주는데,

중간중간 새로운 탑승객이 문을 열고 들어오면,

다른 방에 있던 손님이 합석하자며 들어오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그런 구조라서 복도는 매우 좁고, 그래서 매번 역에 멈춰 설 때마다 혼잡했다.


체프로 가는 중에 멈춰 선 역에서 한 아이가 올라탔다.

메고 온 배낭을 무심하게 던져놓고, 그것을 팔걸이 삼아 기대고는 책을 꺼내 읽었다.

책을 읽는 모습이 반갑기도 하고,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더해져 꽤 예쁜 그림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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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사진 한 장 찍어도 될까?"

용기 내 말을 걸었는데, 별 거부감 없이 그러라고 했다.

사진을 찍은 뒤 보여주니, 잘 나왔다며 좋아했다.

메일 주소를 받고, 나중에 꼭 보내주겠다고 했고,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가,

아이는 체프에 도착하기 전에 내렸다.


체프에 도착하니 눈이 그쳐있었다.

걸을 때마다 뽀드득 소리가 나는 게 처음에는 반가웠지만,

곧 발이 시려오자 그 생각도 깔끔하게 사라졌다.


하지만, 동네를 구경하고 싶은 호기심이 더 강했다.

시린 발을 녹여가며 골목 구석구석을 돌아다녔다.


체프는 작은 시골 마을 같은 분위기였다.

학교에 가는 듯한 아이들은 정겨웠고,

새하얀 눈길을 걷는 연인들의 모습은 사랑스러웠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언젠가 체코에 다시 온다면,

그때는 겨울이 아니라 봄에 오고 싶었다.


봄의 체프는.

무척이나 싱그럽고 활기찰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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