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을 넘어 이어진 따뜻한 손길들

by 에스더베이킹


어깨 부상으로 베이커리에서 일할 수 없게 된 후, 나는 한동안 방향을 잃었다. 그토록 사랑했던 일을 더 이상 할

수 없다는 현실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병가로 얻은 고요 속에서 문득 이런 질문이 떠올랐다. 손의 따뜻함은

과연 오프라인에서만 느낄 수 있을까? 화면 너머에서도 가능할까? 직접 만나도 쉽게 잊히는 관계 속에서, 온라

인이 진심을 담아낼 수 있을지 확신은 서지 않았다.


물리치료를 받으며 하루하루를 보내던 어느 날, 우연히 온라인 요리 클래스 영상을 보게 되었다. 그 순간 번개

처럼 생각이 스쳤다.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무거운 반죽을 치대거나 장시간 서서 일하기는 어렵지만, 내가 쌓아온 경험과 지식을 나눌 수는 있지 않을까.

온라인 플랫폼을 익히고, 촬영과 편집을 시작하는 과정은 새로운 도전의 연속이었다. 스마트폰 하나로 찍은 영

상은 조명과 각도마다 결과가 달랐고, 편집 프로그램과 씨름하며 밤을 지새운 날도 많았다. 몇 시간 공들여 찍

은 영상이 저장되지 않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던 좌절의 순간도 있었다. 그러나 시행착오 속에서 조금씩

길이 보였다.


드디어 첫 온라인 수업을 열었다. 뉴욕, 시애틀, 한국까지 서로 다른 도시의 사람들이 화면에 나타났다. 각자의

주방에서 도구는 달랐지만, 그들의 손끝에는 똑같은 설렘과 열정이 깃들어 있었다.

“선생님, 이렇게 하는 게 맞나요?”라며 반죽을 들어 보이는 수강생의 손을 보는 순간, 나는 확신했다. 거리보다 중요한 것은 마음이 오가는교감이라는 사실을.

첫 수업에서 가장 감동적이었던 순간은 수강생들이 서로를 격려하기 시작한 때였다.

“제 반죽이 잘 안 돼요”라는 고민에, 다른 수강생이 “저도 그랬어요! 그런데 하다 보니 조금씩 나아지더라고요”라며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 선생인 나보다 수강생들끼리 더 활발히 소통하는 모습을 보며, 이 수업이 단순한 강의실이 아니라 서로 돕는 공동체가 되고 있음을 느꼈다.


수업이 이어지며 더 많은 이야기를 만났다. 한국의 맛을 담아 케이크를 굽는 유학생, 아이들을 위해 건강한 간

식을 만드는 엄마, 은퇴 후 새로운 삶에 도전하는 어르신. 그들의 손끝에서 나온 것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각

자의 삶과 꿈, 진한 그리움이었다. 온라인은 단절된 세상을 이어 주는 다리가 되었다.

특히 기억에 남는 분은 한국에 계신 칠순의 어르신이었다.

첫날엔 “컴퓨터를 잘 못해서 따라갈 수 있을지 걱정이에요”라며 주저하시더니, 몇 주 후엔 가장 열정적인 수강생이 되셨다. 28년 된 베이킹 도구를 카메라에 비추며 “이 도구들과 함께 새로운 도전을 해볼게요”라고 말씀하시던 모습은 지금도 선하다. 몇 달 뒤 한국을 방문했을 때, 그분은 새벽부터 구운 호밀빵을 내게 건네며 말했다.

“스승님께 맛보여 드리고 싶어서요"

한입 베어 무는 순간, 그 빵에는 우리가 함께한 모든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온라인 수업은 단순한 교육 공간이 아니었다. 화면 너머의 마음들이 모여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었고, 멀리 떨어

져 있어도 우리는 가족처럼 가까웠다. 어제도 한 수강생이 메시지를 보내왔다.

“선생님 덕분에 우울했던 마음이 많이 나아졌어요. 빵을 만들며 제 마음도 함께 치유되는 것 같아요"

그 말을 읽는 순간 나는 깨달았다. 내가 전하고 있는 것은 단순한 베이킹 기술이 아니라, 삶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작은 용기라는 것을.

비록 직접 만날 수는 없지만, 오븐 앞에서 느끼는 설렘은 화면을 넘어 전해진다.

손끝에서 이어진 따뜻함이 결

국 우리를 연결하고, 또 다른 삶의 무대를 열어 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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