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자 라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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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비행기를 타고 리스보아 공항에 착륙한 날은 가을비가 넘쳐나는 밤이었습니다. 춥고 허기지고 우울한 데도 도시의 1일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사랑과 수프는 처음이 좋다"는 포르투갈의 오랜 전언은 이런 느낌이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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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 신해철-일상으로의 초대
오프닝 2
순연 자체인 첫사랑. 갓 끓여낸 수프의 온기 때문에 처음이 설레는구나 싶었습니다. 하지만 수많은 처음과 애매모호한 마지막을 겪다 보니 알겠습니다. 처음.., 그건 그냥 훅~ 지나는 초침 같은 것. 기대하며 기다릴 땐 떨리지만 치르고 나면 시시해지기도 하는 일상이란 것을요.
고이고 고여 첫사랑 앞에서 한 말 참, 유치했지요. 뜨거운 수프 한 접시도 어쩜 식욕의 척도였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다 알면서도 해보는 것이 사람이고 사랑이라는 것에 한 표 던지겠습니다. 시보가 울리고 시그널과 오프닝이 나가면 지지고 볶이던 하루가 불쑥 경외로 느껴지는 라디오처럼 말입니다.
어제와 비슷하고 내일도 크게 다를 것 같지 않은 오늘이라도 착하게 생각하면 풋내가 퍼진다는 것. 더 늦기 전에 뒤통수로 신박한 킥이 날아오기를 바라는 지금이라는 것.
프루스트를 처음 읽고 작가를 포기하려 했다는 버지니아 울프와 모두가 저어하는 음악을 시도하며 거침없이 자유로웠던 뮤지션과 그 노래 ‘일상으로의 초대’가 폭싹 생각나는 라디오(라디오 오프닝)처럼 0916
*중언부언*
읽는 라디오 '라라처럼'의 Signal은 Ni Volas Interparoli(나는 세상과 대화하기를 원한다
)입니다.
적지 않은 시간 함께 했던 디제이 황윤기와 작가로 지낸 시간에 대한 고마움과
프로그램(세계음악여행)에 대한 추억이고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