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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오프닝처럼

남루할지언정 늘 아름답고 고귀해지는 슬픔에..

by 봄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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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편해보자고 자주 쓰는 꽂이를 책상 가까이 옮겨놨습니다. 그러고도 몇 날 며칠을 한 번도 빼놓지 않고 이전에 있던 자리까지 가서 꺼내왔습니다.

연필을 집을 때마다 생각했죠, " 이 죽일 놈의 버릇이라니... "

징그럽다고

사랑처럼, 사랑보다 독한 그와의 기억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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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 이승철- 열을 세어 보아요


오프닝 2

가뜩이나 우울한데 비가 퍼부우면 내 고귀한 우울이 기도 펴지 못하고 수그러듭니다. 아무리 터진 만두처럼 심란하게 울어 버린다 해도 비 만큼이야 하겠어요. 하늘과 대적해서 이길 슬픔이나 아픔은 만무합니다.

비 오는 거리나 비 끝나가는 길을 걷는 그래서 하냥 부질 없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뚜벅이가 되죠, 우리는.

가야할 집도 있고 정리해야 될 옛날도 있으니까요.

도망치는 강도에게 "게 섰거라"하는 경찰의 허망한 외침이나, 울고 있는 벗에게 "그만 그치라"고 하는 무모함이나 매한가지입니다. 답은 그냥 두라는 것. 열을 세어보고 그 몇 만 배의 양을 헤아리는 밤이 온다 해도 아픔은 온몸으로 뭉개야 그와 그들과 익숙해져버린 습관같은 시간에서 멀어진다고.


"울음이 울음을 부르는 호곡號哭을 따라 가노라면" 그친 듯, 옛날 버릇 사라지는 때가 올까요.

그러니 아닌 척 괜찮은 척 애이불비 哀而不悲 하지는 말았으면 해요. 아낄 게 따로 있지 울음을 왜 눌러 놓냐는 것입니다. 제 주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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