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한 번째 글쓰기
단어 하나에도 인생에 대한 태도가 묻어 있다.
'어차피'와 '어쨌든'을 비교해 봐도 그렇다.
'어차피'라는 말에는 '타고난 것이 이 정도라 난 여기까지 해볼게'라는 마음이 숨어 있다. 일이 잘 안 되어도 회사 조직 자체에 문제가 있다, 이번 채용에서는 내정자가 있다더라는 핑계를 댄다.
"부장이 뭘 해도 못 하게 할 거야. 어차피 난 여기서 글러먹었어."
"어차피 내가 돈이 많은 것도 아니고 부모한테 기댈 수 있는 것도 하니잖아."
"어차피...나이도 많고 뽑아주기나 하겠어?"
'어차피'라는 말을 달고 살면 인생도 지금처럼 요롷게 흘러가다 '내 이럴 줄 알았지'라는 말을 되뇌이며 눕는 순간이 올지도 모른다. 나 역시 어차피라는 말 뒤에 숨어서 도전하다 안 되면 어차피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릴 것도 아니고라는 생각부터 한다. 그 말 뒤에 숨어 뭘 해보려다가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지상의 사람은 누구나 단 한 뼘이라도 자기만의 정원을 가져야 한다네"
-박노해
타고난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더 해보려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숨은 말은 '어쨌든'이 아닐까.
'어쨌든'이라는 말 안에는 나의 의지가 배어 있다. 내가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어쨌든'이라는 마음의 태도로 시작하면 된다.
어차피라는 말이 아닌 어쨌든이라는 말로 내 마음의 정원을 가꿔 보는 건 어떨까. 나부터가 시작이다.
어쨌든 시작했으니 글쓰기든 뭐든 꾸준히 할 것.
어쨌든 누가 도와주지 않아도 내 할 일은 해야 한다.
어쨌든 하고 싶다면, 할 수 있다면 시작해볼 것.
내가 하는 말들을 다시 한 번 되새겨보는 글쓰기,
글쓰기를 통해 언제 올 지 모르는 행복이 아니라, 비 오는 아침, 지금을 들여다본다.
지금 어쨌든, 뭐라도 되겠지라는 마음으로 '나만의 정원'에 씨를 뿌려보려 한다.
양귀비가 되든, 상추가 되든, 어디서 날아온 민들레가 되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