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일기 6
세상일이란 게 다 계획대로만 이루어진다면야 얼마나 좋겠냐만. 알잖은가, 그럴 리가 없다는 것을. 뜻밖의 변수가 항상 존재한다. 변수를 예측하고 대비할 수도 있지만 수만 가지 변수를 모두 막을 수는 없는 법.
나도 그랬다. 내 변수는 뜻밖에도 첫째 아들이었다. 근 한 달 헬스장 잘 다녔다. 덕분에 살도 좀 빠지는 듯했다. 벨트 구멍이 하나 쑥 들어갔다. 얼마나 기쁘던지. 몸무게는 1kg 약간 넘게 빠졌다. 필 받았다. 이참에 운동 시간을 늘려, 말아 하는 참이었다.
첫째 아들 녀석 시무룩하다. 무슨 일이지. 회사일인가, 싶어 물었다. 수습 3개월째다. 그런데 수습 종료를 앞두고 수습 기간을 1개월 더 연장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단다. 지난 3개월 누구보다 일찍 일어나 버스 타고 부지런히 다니던 녀석이었다. 그 와중에 발목에 금이 가 반 깁스를 한 상태로도 힘들다는 내색 없이 꿋꿋이 다녔음에도 불구하고 1개월 연장 소리에 허탈하면서도 무척 화난 표정이다. 왜 아니겠는가. 지난 3개월의 노력이 물거품 된다는 소리인데. 하루에도 몇 번씩 더 다녀, 아니면 그만둬, 답 없는 고민을 무한반복 중. 결국 가족회의가 열렸다.
압도적으로 그만두는 것으로 결론. 간 보는 회사, 매출 좋고 월급 많아도 약속 지키지 않는 회사는 사절. 아직 젊다. 너의 장래는 무궁무진, 등 두드려줬다. 기운 얻은 아들 녀석 당당하게 사직서 던졌다. 그랬던 게 벌써 두 달 전. 여전히 구직 중. 속이 탔다. 그런데 정작 아들 녀석 무사태평. 오히려 걱정 말라며 금방 취직한다고 자신만만.
헬스장이고 나발이고 나는 무기력해졌다. 티 내지 않으려고 했지만 진즉 눈치챈 아들, 면접 세 곳 본다고 알려준다. 금방 화색 돈 나는 뛰듯이 기뻐한다. 티 안 내려했는데, 이러니 들통나지, 싶었다. 이내 정색하고 묻는다. ‘아들아, 뭐 먹고 싶니?’ 참 간사하다. 마음이 이렇게 좋을 줄이야. 2개월 만이다. 헬스장. 이제 다시 시작이다. 핫둘 핫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