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타협하다

헬스 일기 5

by EAST

그렇다. 밀가루 없는 일상을 생각해 볼 수 없다. 칼칼한 라면을, 개운한 칼국수를, 달달한 짜장면을, 맛있는 피자를, 달콤한 단팥빵에 바삭한 김치전까지 나는 끊을 수 없는 것이다. 소파에 앉아 영화 보면서 먹던 과자의 크리스피 한 소리를, 그 행복감을 단칼에 끊는다. 놉!. 역시 무리한 계획이었다.


그렇다면 줄이자! 먹는 횟수를 줄이자. 줄이다 보면 몸도 점점 적응하지 않겠나, 싶었다. 단기간에 다이어트 성공한 사람들이 필히 겪는다는 요요 현상도 따지고 보면 몸이 적응하는 시간을 주지 않기 때문이지 않은가. 뭐든지 급진적인 것은 좋지 않다. 천천히 천천히. 괜히 슬로 푸드가 있는 게 아니다. 이런 생각을 하니까 없어졌던 식욕이 되살아나는 것 같았다. 식사 시간이 그냥 배를 채우는 요식행위가 아니라 맛있는 것을 행복하게 먹는 즐거운 시간으로 변검처럼 순식간에 바뀌었다.


1주일에 딱 한 번. 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처음부터 너무 가혹하다. 이러다가 작심삼일 된다. 그러면 두 번? 주중에 한 번, 주말에 한 번. 오! 괜찮은데, 나름 설득력 있다. 가만 생각해 본다. 지난 한 달 동안 내가 밀가루 음식을 먹은 횟수가 어떻게 될까? 크로와상, 바게트, 칼국수, 피자, 라면, 짬뽕... 어이쿠, 끝도 없이 이어진다. 두 번가지고 턱도 없다. 세 번 정도면 괜찮으려나? 한 달에 12번이다. 많은가? 그래, 한 달 10번으로 정하자. 4주 기준, 1주당 2.5회다. 잘 지켜지면 횟수를 점차 줄이자.


몸무게 감량 목표도 있고, 운동 계획도 짰고, 식단 계획도 끝났다. 완벽하다. 걸림돌이 다 제거되었으니 이제 꾸준히 운동만 열심히 하면 된다. 식스팩은 아니더라도 울퉁불퉁 팔근육과 떡 벌어진 어깨를 은근슬쩍 자랑하려고 반 팔 셔츠 차림으로 거리를 활보하는 즐거운 상상에 오늘도 헬스장으로 향한다. 하늘은 파랗다. 바람도 적당하다. 운동하기 딱 좋은 날씨다.


어라! 헬스장이 캄캄하다. 아무도 없다. 문을 당겨본다. 잠겼다. 무슨 일? 국경일 휴무다. 날 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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