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무게는 고무줄이다

헬스 일기 7

by EAST

10년 넘게 피던 담배, 첫째 아들 낳은 해 모진 마음먹고 참 어렵게 끊었다. 지금 생각해도 참 용하다 싶다. 설령 끊었다 하더라도 스트레스받거나, 혹은 술자리에 있다가도 부지불식간에 다시 피는 고얀 녀석이 담배다. 때문에 담배 끊었다고 함부로 공언하면 안 된다. 실없는 사람 되기 십상이다.


담배 끊은 것까지는 좋았는데, 그때 몸무게가 많이 늘었다. 하루 종일 먹는 것을 달고 살았다. 왜 이리 입이 궁금하던지. 그때 모르긴 몰라도 한 5kg 쪘다. 그 살이 아직 그대로다. 게다가 나잇살까지 보태져 젊을 때보다 몸무게가 10kg 이상 더 나갔다. 그러니 잠깐 뛰면 무릎 쑤시고, 허리가 아팠다. 삼겹살 한 근도 묵직한데, 대략 스무 근이 내 몸에 달라붙은 셈이다. 그런 상상에 몸서리 쳐진다.


그 좋아하던 술까지 끊은 상태다. 이제 몸무게를 제자리로 돌려놓는 일만 남았다. 그런데 웬걸, 좀처럼 몸무게가 줄지 않았다. 운동하고 저울에 올라가면 마이너스 1kg, 며칠 운동 안 하고 저울 올라가면 플러스 1kg. 제로섬 게임도 아니고, 이거야 원. 왜 그런지 가만히 생각했다. 아하! 술을 끊었더니 예전에 담배 끊었을 때와 똑같이 금단 현상이 나타난 것이었다. 입이 심심했던 것이다. 소파에 앉아 TV 볼 때 주전부리를 꼭 챙겼다. 술자리에서도 술을 먹지 않으니 안주만 딥다 먹어댔다. 이러다 난리 나겠다 싶었다. 대책이 필요했다.


우선 집에 있는 과자류, 간식거리 등을 죄다 버렸다. 버리는 데 눈물겨웠다. 이 아까운 걸, 그냥 이것까지만 먹고, 다음부터 사지 말자,라고도 고민했다. 하지만 그건 마치 남은 게 아까워 이번 갑만 피고 다음부터 안 피면 되지, 했다가 담배 끊는 거 실패하는 무한 루프에 빠지는 길과 같다. 눈 질끈 감고 처리했다.


그러니 심심했다. 괜히 거실 왔다 갔다, 냉장고 열었다 닫았다, 부엌 기웃기웃, 가관이었다. 먹이 찾아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 같았다. 안 되겠다 싶어 산책 나갔다. 멀리 팔달산 돌아 화성행궁 거쳐, 요즘 핫하다는 행리단길로 방향 잡는다. 평일 오후라 주말처럼 북새통이 아니다.


멀리 사람들이 모여 있다. 다가가니 츄러스 집. 바로 옆에는 도넛 가게. 달큼한 냄새가 확 코를 찌른다. 위기다. 사면초가다. 꼬르륵 배가 요동친다. 아서라! 급히 내뺀다. 간신히 빠져나온다. 휴! 한숨 쉰다. 화서문이 보인다. 이제 30분만 더 가면 집이다. 서두른다. 그때 익숙한 고소한 냄새가 바람 타고 실려온다. 두툼한 감자튀김 모형이 보인다. 벨기에 감자튀김. 감자튀김 원조래, 맛있대. 사람들 소리. 모른 척 지나치지만 속으론 고민 중이다. 결국 여기까지인 건가. 참는데도 한계가 있다. 결국 슬쩍 줄 선다. 바사삭 노릇노릇한 감자튀김, 고소하니 짭짤하니 입에서 살살 녹는다. 내 결심도 같이 녹아버렸다.

몸무게

고무줄처럼 줄었다 늘었다 몸무게

조금 먹고 운동하면 마이너스 2키로

마구 먹고 안 하면 플러스 2키로

한 달 동안 내 몸무게 항상 제자리로

이럴 거면 왜 산 거니 체중계가 한숨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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