혤스 일기 25(최종)
습관. 국립국어원 표준대사전은 어떤 행위를 오랫동안 되풀이하는 과정에서 저절로 익혀진 행동 방식이라고 정의한다. 한자를 보면 그 말이 어쩜 그리 딱 맞는지. 익힐 습(習), 버릇 관(慣)이다. 이런 게 또 있다. 습관에 관해서 가장 잘 알려진 명언 중 하나.
“처음에는 우리가 습관을 만들지만, 그다음에는 습관이 우리를 만든다.”
영국 최고의 풍자 시인이자 비평가라고 알려졌지만 우리는 잘 모르는, 아니 나만 잘 모르는 존 드라이든이란다. 음, 멋진 말이군.
이 멋진 말. 나에게도 딱 들어맞는다. 안타깝게도 나쁜 쪽으로. 술 먹고 나서 꼭 라면 끓여 먹었다. 것두 2개. 지극 정성이다. 계란까지 넣는다. 뭐 속에 좋다나. 남는 건 점점 굵어지는 허리. 그것뿐이랴. 틈만 나면 핸드폰이다. 두어 시간이면 그러려니, 반나절이 예사다. 하루 종일 끼고 산다. 그러니 눈이 남아날 리가 있나, 안과 문턱 닳는다.
나쁜 습관이 차곡차곡 쌓이더니 결국 내 몸은 만신창이가 됐다. 높을 고가 많다. 고혈압, 고지혈, 고도 근시. 젊을 때 안 높던 시험 점수가, 나이 드니 혈압 숫자만 높구나, 싶다.
기어이 사달이 났다. 요로결석. 극심한 통증과 치료. 그리고 의사의 경고. 술 끊고 운동하지 않으면 퍼펙트 스톰*이 온다는. 그전에도 수차례 있었던 의사의 경고와는 다른 수준. 의사의 연기력도 한몫했다. 이번에는 바짝 쫄았다.
할까, 말까 1년 내내 망설이던 헬스장을 그 즉시 등록했다. 사람 참 간사하다. 한 달 지나니 그 통증을 잊었다. 의지도 약해졌다. 헬스장 가는 것도 점차 뜸해질 즈음, 띠링! 문자가 왔다. 혈액 검사 결과 나왔으니 병원 오라는. 으아악! 이번에는 통풍 경고. 요산 수치가 너무 높단다. 10년 전 극심한 무릎 통증에 새벽에 비명을 질렀다. 앰뷸런스 탔다. 말로만 듣던 통풍. 살다 살다 그런 통증은 처음이었다. 약 처방받고, 부리나케 헬스장 달려갔다.
11개월째. 우여곡절 끝에 헬스장 제법 잘 다니고 있다. 배도 살짝 들어갔다. 옷맵시도 전과 달리 좋아 보였다. 기분이 좋아진다. 헬스장이 이제 편하다. 어디 밥 먹어볼까, 하듯이 어디 한번 가볼까, 하며 자연스럽게 헬스장으로 나선다. 존 드라이든이었나? 맞다. 좋은 습관이 나를 만들고 있다. 헬스장이 나를 잘 길들이고 있는 중이다.
*여러 위기가 겹쳐 초대형 위기가 오는 상황. 1991년 개봉한 허리케인 소재 영화 [퍼펙트 스톰]으로 널리 알려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