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햇살 속 부모님

부모님을 생각하며

by dwpark

어느 날 엄마가 무척 보고 싶었다. 눈물이 나도 모르게 흘렀다.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지나온 시간이 떠올랐다. 그런 긴 시간을 그리워만 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아버지를 매주 보러 갔다.


하지만 이젠 두 분을 더 이상 볼 수가 없다. 그저 생각만 할 수밖에 없다. 그 생각이 나를 더욱 슬프게 했다.


그런 생각 속에서 문득, 30년 전 그 집이 나를 불렀다. 결혼하고 부모님 집에서 살았다. 시골집 방 두 개를 하나로 만들었다. 우린 그렇게 결혼 생활을 시작했다. 마냥 행복했다.


그 집은 햇살이 들어오지 않았다. 그 시절에는 방에 햇살이 비치지 않아도 그것이 좋은지 싫은지 알 수 없었다. 그냥 열심히 살았다.


분가도 했다. 이제 세월이 많이 흘렀다. 그 시간은 아쉽다. 그러다 작년 이전에 조금 더 큰 지금의 집으로 이사를 했다. 1년이 훌쩍 넘어 버렸다. 이사 후 그 1년은 나에게 특별한 슬픔을 안겨 주었다.


작년 한 해는 시작부터 너무 짧아지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1월부터 3월까지 하루하루 아버지는 걱정을 많이 하셨다. 무슨 걱정을 하셨는지 잘 모르겠다.


뵙러 갈 때마다 똑같은 말씀만 여러 번 하셨다.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 말씀이 예전하고 너무 다르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 아마 우리 아이들 걱정을 하시는 것 같았다.


문득 예전이 떠올랐다. 결혼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아내는 살림을 하면서 일을 했다. 두 아이는 부모님께서 맡아서 돌봐주셨다. 이제 생각을 해보면 아내는 못난 남편을 만나 고생을 많이 했다. 그래서인지 부모님은 여러 손주들 가운데 우리 아이들 걱정을 특히 많이 하셨다. 지금도 계셨다면 여전히 그러셨을 것이다.


그런 부모님은 항상 자식에 대한 근심이 많았다. 그 시대에 부모님은 다 같은 마음이었다. 결혼 후 아이가 태어나도 늘 그렇듯 손주에 대한 애틋한 염려 또한 변함이 없었다.


그러고 보니 10년 전 어머니 모습이 흐릿하게 떠올랐다. 그 당시 어머니가 많이 아프셨다. 퇴근길에 매일 들렀다.


아버지에게 인사를 하고 어머니 방으로 커피를 타서 들어갔다. 커피 한 모금 마시며 하루의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어머니는 웃기만 하시고 말씀이 없으셨다. 그러다 다리를 주물러 드리면 좋아하셨다. 그러면 시원하다고 하셨다. 지금은 안 계신다.


작년 1월에는 아버지 집에 보일러가 고장이 났다. 날씨가 무척 추운데 돈 들어갈 걱정만 하신다. 그냥 마음이 아팠다. 자식으로 받기만 했지 뭐 하나 해 드린 것이 없다. 보일러를 교체해 드렸다. 아버지는 자식에게 부담을 주었다며 속상해했다.


그해 봄이 지나 여름이 오기 전, 아버지는 기력이 이전보다 더 쇠약해지셨다. 말씀도 많이 없으셨다. 매주 토요일에 아버지께 간다. 하지만 이제 가도 뵙수가 없다.


아버지를 뵈러 갈 때마다 차 창문으로 햇살이 비친다. 그 황금빛은 언제나 내 얼굴을 환하게 해 준다. 행복했다. 품에 안기듯 포근했다. 어릴 적 부모님이 주시던 따뜻한 품 안처럼 좋았다.


오늘은 어떤 말씀을 하실까. 가기 전에 전화를 했다. 받자마자 언제 올 건지부터 말씀을 하셨다. 보고 싶은 것 같았다. 내가 인사를 드리면 항상 커피를 한 잔 타서 들어오라고 하신다.


아버지 방 베란다를 보면 창문을 통해 탁 트인 풍경이 보인다. 그 창가에 비친 햇살을 아버지와 같이 본다. 매일같이 볼 수는 없었다. 그래도 본다는 것이 행복했다.


그리고 아버지에게 "갈게요." 다시 인사를 하고 아래로 내려왔다. 그러다 위를 쳐다보면 아버지는 분명 베란다에서 아래를 내려다볼 거다. 자식의 뒷모습을 보면서 그리워하지 않은 부모가 있을까.


주차장으로 내려와 차에 시동을 걸고 운전을 했다. 큰길로 나왔다. 또 창문을 통해 석양의 노을이 얼굴에 내려온다. 그 햇살이 그리워질 것 같아 마음이 혼란스럽다.


주말이면 이런 반복적인 것이 내 일상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주말은 나에게 없다. 보고 싶다. 아버지가... 시간은 왜 이렇게 빨리 가는지 모르겠다.


밖에서 산책을 하고 집으로 왔다. 저녁을 준비하고 아들과 식탁에서 같이 밥을 먹었다. 아들 녀석이 먹었던 그릇을 정리해서 설거지를 했다.


거실에 앉아 가만히 생각을 했다. 지나온 날들을 다시 돌이켜 보았다. 자식에게 고통을 주는 부모가 있을까? 그저 자식이 잘 되기만을 바랄 뿐이지 않을까? 내가 내 자식에게 바라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부모님을 생각해 보았다.


먼 훗날 시간이 지난 뒤에도 행복하고 싶다. 내가 내 부모님을 생각하듯 내 자식이 나를 생각한다고...

그러한 1년은 너무나 빨리 지나가 버렸다. 왜 이리 빨리 갔을까? 매일 아침에 찾아오는 햇살도 빠르게 지나가 버린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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