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에 하천을 걷다
하루를 보내는 시간은 나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가끔 스스로에게 묻고 싶다. 매일 변함없는 아침은 어김없이 찾아왔다.
오늘은 아침 일찍부터 산책을 하러 나섰다. 평상시 같으면 늦은 오후에 산책했다. 늘 가던 방향으로 가야 할지 잠시 고민했다. 아파트 정문에 서 있는데 차가 빵빵거리며 신호를 보냈다. 나에게 조심하라고 하는 것 같았다.
반대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아침 하늘은 맑고 투명했다. 태양도 눈이 부셨다. 그 햇살을 마주했다. 평소 아침에 본 햇살과 다르게 느껴졌다. 쉬는 날이어서 그런가 싶었다.
걸어가면서 평상시에는 보지 않았던 풍경을 보았다. 길가에 꽃과 나무들이 아름답게 보였다. 출근시간이 아니라서 그런지 지나가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그때 한 아주머니가 급한 걸음으로 걷고 있었다. 아니 뛰는 것 같았다. 전철 시간 때문인지, 아니면 버스가 올 시간이 됐는지 스치듯 빠르게 지나갔다.
그런 뒷모습을 한참 쳐다보았다. 내가 출근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그 반복된 아침이 어색하지 않았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 사람도 있었다. 타고 싶었다. 걷다 보니 횡단보도 앞이었다. 초록불이 들어와 건넜고, 전철역을 지나 하천 길로 향했다.
지나가는 길 옆에 평소에는 보지 못한 음식점이 생겼다. 전에도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전에는 먹는 것에 대해 신경을 많이 쓰지 않았다. 요즘은 먹는 것이 즐겁다. 뭘 먹어야 할지 고민했다. 그러다 딱 맞는 메뉴가 눈에 들어왔다. 그 선택에 마냥 행복했다.
시계를 보니 10시가 다 됐다. 어느새 하천 길이 시야에 들어왔다. 이제 나도 본격적으로 하천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제법 많은 사람들이 하천 길을 걷고 있었다. 물이 잔잔히 흘렀다. 그 하천 위로 오리 세 마리가 보였다. 오리 이름이 정확히 기억나지 않았다.
스마트폰으로 검색을 했다. 결과는 흰뺨검둥오리였다. 제법 날씨가 쌀쌀했다. 장갑을 주머니에서 꺼내 끼웠다. 그러다 바람이 불어왔다. 그 바람 때문에 마스크도 꺼내서 썼다. 걷는데 좀 답답했다. 안경에 맺힌 습기 때문이었다.
하늘도 고개를 들어 쳐다보고, 하천은 내려다보면서 그렇게 편한 마음으로 하염없이 걸었다. 걷는 내내 힘이 들지도 않았다. 그리고 마음도 편했다. 머리가 정말 맑아지는 것을 느꼈다. 걱정도 고민도 다 잊었다.
한참 걸었다. 문득 어디쯤인지 궁금해 주위를 둘러보았다. 내가 살던 동네를 지나 시청이 있는 동네까지 제법 멀리 와 있었다. 그러다 다리가 보였다. 그 다리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차들이 다니고 있었다.
그렇게 아래를 내려다보면서 쓸쓸함이 나도 모르게 밀려왔다. 하지만 외로움과는 사뭇 다르게 느껴졌다. 차들이 이쪽저쪽으로 쏜살같이 지나가고 있었다. 차들이 달리던 그 길은, 항상 아버지 집에 갈 때 다니던 그 길이었다.
시간이 많이 지나서 나는 바쁘게 걸었다. 아침에 아주머니처럼 급한 걸음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집으로 가는 마음은 오던 마음과 달리 여유가 없었다.
다시 하천 길을 지나 전철역에 도착했다.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초록불이었다. 건너갔다. 내 마음처럼 바삐 버스도 달리고 있었다.
아파트 입구에 도착했다. 아침보다는 차들이 한가롭게 지나다녔다. 시계를 보니 2시 30분쯤이었다. 집 로비 입구에서 비밀번호를 누르고 안으로 들어섰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해당 층 버튼을 눌렀다.
멈췄다. 내려서 집으로 들어가니 배가 고팠다. 우선 냉장고 문을 열고 물을 찾았다. 컵에 따라 마셨다. 물이 목마름을 시원하게 풀어 주었다.
대충 옷을 벗고 간단히 씻었다. 수건으로 닦고 옷을 갈아입었다. 부엌에 먹다 남은 김치찌개가 보였다. 가스레인지에 불을 켜고 끓였다. 끓기 시작하자 라면사리도 넣었다. 밥통에서 밥을 그릇에 담아 식탁에 놓았다. 찌개가 다 끓자 먹을 만큼 덜어 그릇에 담았다.
식탁에 앉아 밥을 먹었다. 식탁에서 바라본 베란다 창가에는 구름과 태양이 보였다. 하루라는 시간이 소중했다. 주말의 휴식은 늘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평일에 얻은 휴식은 나에게 특별하게 다가왔다.
주말이 아닌 평일에 휴가를 얻은 오늘 하루는 나에게 힐링 같은 시간이었다. 스마트폰을 충전하듯 나 자신을 충전했다. 내일은 에너자이저처럼 활기차게 보내고 싶다. 그런 나에게 말하고 싶다.
다시 활기찬 하루가 시작된다. 매일 아침에 나를 반갑게 맞이해 주는 햇살은 그렇게 충전된 나를 다시 맑게 비쳐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