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다. 최근에는 친구를 자주 만나지 않았기에, 혼자 사색하는 시간이 더 많았다. 그만큼 생각은 깊어졌지만, 요즘은 의도적으로 조금 가벼워지려고 한다.
얕은 대화를 한다고 해서 반드시 얕은 것은 아니며, 얕은 대화가 잘못된 것도 아니다. 나는 그 사실을 알고 있다. 문제는 내 안에 있었다.
대화 중, 신학대학원을 입학하는 친구가 부러워서 무심코 “재미있겠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어떤 친구는 나에게도 한번 가보라고 권했다. 나는 요즘 서울대 종교학과 편입을 고민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돌아온 말은 “서울대? 쉽지 않지 않을까요? 거긴 최고만 모이는 곳인데?”였다. 나는 “사업적 커리어와 작가적 커리어를 보여주면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요?”라고 답했다. 그러자 친구는 “아, 그런 부분에 자부심이 강하시군요”라고 했다.
순간, 마음 한켠이 걸렸다. 나는 단순히 자랑하고 싶었던 게 아니었다. 종교를 진심으로 공부하고 싶다는 의지, 그 마음을 전하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미 대화의 흐름은 흘러가 있었고, 더는 말을 잇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나는 대화에서 종종 중간 단계를 뛰어넘는다. 상대방도 당연히 알 것이라고 생각하는 오만함 때문이다. 예전에는 그 탓을 남에게 돌리기도 했다. “어떻게 이런 것도 몰라?” “왜 기억을 못해?” 하지만 그건 내 잘못이었다.
이제는 조금 다르다. 그때 놓쳤던 부분을 인정하고, 미안하다는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오늘은 목적도, 의도도 없는 ‘얕은 대화’를 배우고 싶었다. 얕은 대화 속에서도 누군가는 위로를 얻고, 누군가는 작은 행복을 찾는다. 그 가벼움 속에서 나는 여전히 한 줄의 철학을 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