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

by 삶 집착 번뇌

악재는 참으로 재미있는 개념이다. 주식 시장에서는 주가를 떨어뜨리는 좋지 않은 소식, 일상에서는 불운, 문학적으로는 연속해서 닥쳐오는 나쁜 사건을 뜻한다.

악재의 성질 중 하나는 모든 호재를 잊게 만들고, 온 정신을 거기에만 쏟게 한다는 점이다. 오늘도 새로운 발주가 한 건 들어왔음에도 나는 기뻐하지 못했다. 잃어버린 발주에만 마음이 쏠려 기분이 가라앉아 있었다. 신경성 대장 증후군이 있긴 하지만 심하지 않은 편인데, 운전하면서 신경을 곤두세우면 아주 가끔 배가 아파온다.


그날 사건은 연속적으로 일어났다. 공들인 아이템이 불발되면서 신경이 예민해졌고, 아침에 들어온 발주는 제대로 신경도 못 썼다. 운전 중에도 불안한 생각이 겹치더니, 결국 배가 살살 아파오기 시작했다. 하필 청주에서 돌아와 강남 초입, 가장 차가 막히는 시각에 진입한 터였다.


정말 큰일 나는 줄 알았다. 하지만 나는 이를 악물고 참았다.

“제발… 제발…”

무신론자인 나도 그 순간만큼은 신을 찾게 되었다.


그렇게 연속적으로 닥친 모든 사건은 도미노처럼 쓰러지는 연쇄가 아니었고, 머피의 법칙처럼 단순한 불운도 아니었다. 그것은 분명히 악재였다. 어쩌면 전생에 지은 죄, 어쩌면 신을 믿지 않은 죄, 어쩌면 누군가를 상처 준 죄, 혹은 돈에 욕심을 낸 죄 때문이 아닐까. 별의별 생각이 스쳐 갔고, 그 모든 것을 회개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다행히도 무사히 집에 도착했고, 악재의 연쇄는 그 순간 마무리되었다. 안도와 함께 나는 감사해야 한다는 다짐을 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악재는 나를 돌아보게 하는 힘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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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재에는 또 다른 성질이 있다. 시간이 지나 성찰해보면, 그것은 오히려 성장을 위한 기회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예전에 운송업체를 잘못 선정해 납기가 여러 번 늦어진 적이 있었다. 그로 인해 고객이 하루 영업을 하지 못했고, 나는 큰 미안함에 몸 둘 바를 몰랐다. 그러나 그 사건 덕분에 업체를 교체했고, 결과적으로 운송비가 3분의 1로 줄어들었다. 이는 가격 경쟁력이 중요한 시장에서 곧바로 큰 힘이 되었고, 내 사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되었다.


돌이켜보면 큰 성장은 언제나 악재를 동반했다. 삶의 수많은 악재는 나를 깊은 사고로 이끌었고, 결국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악재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일 것이다.


어쩌면 악재가 들이닥쳤을 때, 그 악재를 받아들이는 태도야말로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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