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나의 안식처, Oma Rauha를 찾아서
우리는 모두 마음속에 'Oma Rauha'를 품고 살아갑니다. 핀란드어로 '나만의 평화'를 뜻하는 이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 잊고 지냈던 어떤 감정의 파동이 내 안에서 조용히 일렁였습니다. 핀란드의 숲과 호수가 주는 고요함처럼, 그 단어는 숨 가쁜 일상에 지친 저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늘 무언가를 향해 달려왔습니다. 더 높은 목표, 더 나은 나, 더 완벽한 삶. 끝없는 경쟁과 비교 속에서 나 자신을 잃어갔습니다. 성공의 달콤함 뒤에는 늘 공허함이 따라붙었고,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는 진짜 나를 숨기기 바빴습니다. 그렇게 마음은 가뭄 든 땅처럼 메말라갔고, 어느 순간 나는 내가 서 있는 곳이 어디인지조차 알 수 없게 되었습니다. 마치 짙은 안개 속을 헤매는 것처럼, 방향을 잃은 배처럼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그때,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나에게 평화란 무엇인가? 끊임없이 무언가를 쟁취해야만 얻을 수 있는 것일까? 아니면 이미 내 안에 존재하는 것을 외면하고 있었던 것일까? 'Oma Rauha'는 바로 이 질문의 답을 찾아가는 여정의 시작이었습니다.
Part 1. 멈춤의 미학, 고요 속으로
숨 가쁜 삶의 속도를 늦추기로 결심했습니다. 그 첫 번째 시도는 '고요'를 만나는 것이었습니다. 늘 귀를 가득 채우던 소음들을 잠시 끄고, 내 안의 소리에 귀 기울여 보았습니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불안했습니다. 텅 빈 공간에 홀로 남겨진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자, 익숙한 것들이 하나둘씩 낯설게 다가왔습니다.
아침 햇살이 창문을 넘어와 방을 가득 채우는 소리, 커피포트에서 물이 끓는 소리,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 평소에는 듣지 못했던, 너무나 평범해서 지나쳤던 소리들이 귀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그 소리들은 제게 '괜찮아, 지금 이대로도 충분해'라고 속삭이는 듯했습니다.
고요 속에서 저는 제 감정의 민낯과 마주했습니다. 끊임없이 불안해하고, 작은 실패에도 무너졌던 나약한 나. 완벽하지 않으면 인정받지 못할까 두려워하던 나의 속마음. 그 감정들을 애써 외면하지 않고, 그저 바라보기로 했습니다.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난 것처럼, 따뜻한 시선으로.
고요는 저에게 용기를 주었습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용기, 남들과 달라도 괜찮다는 용기.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나 자신에게 솔직해질 수 있는 용기였습니다. 멈춰 서서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간은, 제가 잃어버렸던 나를 다시 발견하는 소중한 과정이었습니다.
Part 2. 작은 기쁨의 발견, 일상 속 보물찾기
'Oma Rauha'는 거창한 곳에 있지 않았습니다. 고요 속에서 저를 만난 후, 저는 일상 속에서 작은 기쁨들을 찾아내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보물찾기 게임을 하듯, 저의 하루를 채우는 작은 행복들을 소중하게 여기는 법을 배웠습니다.
창가에 앉아 좋아하는 책을 읽으며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는 시간. 마음에 드는 음악을 들으며 느긋하게 산책하는 오후. 어둠이 내린 후,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하루의 피로를 씻어내는 밤. 이 모든 순간들이 저에게는 온전한 휴식이었고, 평화였습니다.
이전에는 '시간 낭비'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이제는 삶의 활력이 되었습니다. 쫓기듯 먹던 식사는 오감을 만족시키는 즐거운 경험이 되었고, 바쁘다는 핑계로 미루던 취미 생활은 저에게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주었습니다. 가볍게 그림을 그리며 내 안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는 데 도움을 주었습니다.
타인의 시선이나 사회적 기준을 벗어나, 온전히 나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가지는 것. 그것은 저에게 평화를 가져다주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습니다. 작은 기쁨들은 삶을 풍요롭게 만들었고, 나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알려주었습니다. 일상 속에서 발견한 보물들은 저의 내면을 단단하게 채워주었습니다.
Part 3. 함께하는 고요, 그리고 나만의 숲
'Oma Rauha'는 극도의 개인주의가 아니었습니다. 나의 평화를 찾은 후, 저는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새로운 균형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예전에는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애썼다면, 이제는 나 자신을 존중하면서 상대방을 배려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한때 사소한 오해로 오랜 친구와 멀어진 적이 있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내 입장만 내세우며 답답해했을 텐데, 고요 속에서 나를 바라보는 법을 배운 후에는 잠시 멈춰 서서 상대의 마음을 먼저 헤아릴 수 있었습니다. 말다툼 대신 서로에게 필요한 시간을 주고받자, 굳게 닫혔던 마음의 문이 자연스럽게 열렸습니다. 나의 평화는 나에게서 시작되었지만, 나에게만 머무르지 않았습니다. 내가 채운 고요함은 주변으로 스며들었고,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관계들로 제 삶은 채워져 갔습니다.
우리는 함께 조용히 차 한 잔을 마시거나, 굳이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존재를 묵묵히 지켜봐 주는 것만으로도 서로에게 평화를 선물할 수 있었습니다. 나의 'Oma Rauha'는 이제 더 이상 혼자만의 안식처가 아닙니다. 그것은 타인과 함께 나누는 고요함, 서로의 평화를 지켜주는 연대감이 되었습니다. 핀란드의 숲이 수많은 나무들로 이루어져 있듯, 저의 평화는 저를 둘러싼 소중한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더욱 깊어졌습니다.
에필로그. 여정은 계속된다.
'Oma Rauha'를 찾아가는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이 여정은 평생 계속될 것입니다. 삶은 예측할 수 없는 파도와 같아서, 때로는 거친 바람에 흔들리고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제 저는 압니다. 평화는 도달해야 할 최종 목적지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과정 속에서 찾고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것을요.
넘어질 때마다, 지칠 때마다 잠시 멈춰 서서 숨을 고르고 내 안의 고요함에 귀 기울이면 언제든 다시 평화를 찾을 수 있습니다. 나만의 숲, 나만의 호수를 품고 사는 것. 그것이 바로 'Oma Rauha'입니다. 그리고 그 평화는 홀로 빛나는 별이 아니라, 서로의 빛을 반사하며 더 큰 빛을 만들어내는 별자리와 같습니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당신만의 평화를 찾아가는 여정을 지금부터 시작해 보길 바랍니다. 그 평화가 당신의 삶을 채우고, 다시 누군가의 삶에 스며들기를 바라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