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에서 온 나의 11살 아빠>

상권 집필을 마치며

by Wren

1화의 첫 문장을 읽던 날을 기억하시나요.
오후 세 시의 중곡동 교차로, 노란색이었던 그 장면을. 낡은 공책이 처음 뜨거워지던 밤을. 스텔스의 붉은 눈이 처음 깜박이던 순간을.
그 모든 페이지를 함께 넘겨주셨군요.
사실 이 소설을 쓰는 내내 가장 두려웠던 것은 독자를 잃는 것이었습니다. 열한 살 하온이 혼자 그 교차로에 서 있을 때, 독자가 거기서 책을 덮어버리면 어떡하나. 열한 살 조운이 응급실 복도에서 울부짖을 때, 너무 무거워서 떠나버리면 어떡하나.
그런데
당신은
20화까지 왔습니다.
그것이 얼마나 큰 일인지, 저는 압니다. 한 화를 읽는 것은 단순히 글자를 눈으로 훑는 일이 아니니까요. 1988년의 제기동 골목 냄새를 맡는 일이고, 낡은 공책의 온기를 손끝으로 느끼는 일이고, 37년이라는 시간의 무게를 잠깐 가슴으로 받아내는 일이니까요. 그 감각들을 20번 반복해 주셨습니다.
조운은 지금 2025년의 한가운데 서 있습니다. 낡은 솜점퍼를 입고. 해진 운동화를 신고. 하온은 현관 손잡이를 잡은 채 엄마의 목소리에 굳어 있습니다. 두 사람이 이렇게 가까운데, 아직 만나지 못했습니다.
하권에서 그 두 손이 마침내 닿을 것입니다.
제가 약속드릴 수 있는 것은 하나입니다. 상권보다 더 많이 울게 될 것이라는 것. 더 많이 웃게 될 것이라는 것. 37화의 마지막 포옹에서, 45화 에필로그의 마지막 문장에서, 당신이 이 소설을 읽기 시작하길 잘했다고 생각하게 되실 거라는 것.
그러니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
조운과 하온이 아직 할 이야기가 많이 남아 있습니다. 롯데월드에서, 제주도의 밤바다 앞에서, 그리고 37년의 작별 앞에서. 두열한 살이 서로의 손을 잡고, 우리가 누군가의 소중한 나무였다고 말하는 날까지.
상권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신이 함께해주지 않았다면 이 이야기는 완성되지 못했을 것입니다. 독자가 없는 소설은 숲 속에 쓰러진 나무와 같아서, 아무도 듣지 않으면 소리조차 나지 않으니까요.
하권에서 다시 만나요. 곧.
조운과 하온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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