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생일

왠지 모르게 우울한 생일을 보내는 당신에게

by 찬란

웃기고 아이러니한 것이, 생일이라는 자기 자신한테 있어서 일 년 중 가장 특별하다면 특별한 날이, 오히려 아무것도 아닌 일상적인 날보다 싱숭생숭하고 우울하거나 조금은 속상한 기분을 느끼게 되는 날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생일 축하를 받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다. 내 인생에서는 내 생일은 일 년 중 하루인 특별한 날이지만, 남들 입장에서는 그저 무수히 많은 365일의 무수히 다양한 지인들의 생일인 날 중 하나, 심지어는 본인에게는 그저 아무것도 아닌 날 중 하나일 뿐이다.


축하를 해주면 감사한 것이고 축하를 해주지 않았다고 해서 그 관계를 판단할 수는 없다. 다만 왠지 모르게 기대를 하고, 나만큼이나 남들이 나의 생일을 특별하게 여겨주기 때문에, 내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 은근한 서운함을 느끼게 된다. 이게 인간이 굉장히 이기적인 존재라는 것을 나타내는 것 같기도 하다. 평소에는 축하를 받을 일이 그렇게 많지 않은 것이, 생일이라는 매년 돌아오는 일로 축하를 받으면, 받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행복과 감사를 느껴야 하는데, 그것보다 받지 못한 것에 대한 더 큰 아쉬움과 서운함을 느끼는 것이 너무나도 모순적이다.


하지만 살다 보면 누구나 한번쯤은 느껴볼 법도 했듯이, 매일매일이 누군가의 생일이 될 수 있다고 그 모든 날들을 다 챙기는 것이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최선을 다해 챙겨보다가 오히려 현타 혹은 허무함을 느끼기도 한다. 무의미하고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다. 그러니 제발 생일을 이런 사소한 일로 기분을 망치지 않았음 한다. 그저 내 일 년 중 중요한 하루를 행복하게 보내기에도 부족하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