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 Z = 사람

by 박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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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X세대다.

산업화 시대에서 민주화 시대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체루탄 때문에 눈물 콧물을 쏟으며 전경들을 욕 했던 경험도 있다.

IMF 외환위기 때문에 우리집이 망했지만 옆집도 같이 망해서 그나마 견딜 수 있는 시기도 있었다.

PC통신으로 웹툰을 보다가 다음달 전화비가 5만원 이상(그 당시에는 큰 돈임) 나와서 엄마한테 뒤질뻔도 했다.

대학 수업보다는 스타크래프트 공부에 빠져 F학점이 뜨기도 했다. (그래도 게임에 나오는 영어표현들은 나름 인생에 도움이 됐다.)

학원강사 초년시절 사회에선 여전히 상하 관계가 중요했다.

새벽까지 이어진 학원회식 자리에서 도대체 어떻게 집에 왔는지 기억나지 않을 정도를 술잔을 받기도 했다.

글쎄, 정확히 X세대가 어떤걸 정의하는지는 X세대인 나도 잘 모르겠다.

고등학생을 거치며 대학생. 사회초년생 까지의 삶을 대충 돌아보니 '아, 이런게 우리 세대를 부르는 특징들인가'라고 짐작할 뿐이다.

어렴풋이 기억속에 당시 어른들이 우리 행동을 못마땅해 할때, 그것이 이기적이건, 철이 없건, 허영심만 가득찼건, 버릇이 없건, 말을 안듣건

"X세대라서 그렇구만" 이라고 했던 것 같다.

베이비붐 세대들에게 X세대는 그래서 때론 이해하기 힘들고, 나약하고 철없는 존재들이었던 것 같다.

나는 학원에서 Z 세대들을 가르친다. 나의 아들 딸도 이 세대에 속한다.

정확히 z세대가 뭘 말하는건지는 사실 잘 모른다. 그저 내 아이들의 행동을 보면서

'아, 저런 것이겠구나'라고 직관적으로 이해한다.

현실에서의 관계 추구 보다는 카톡, 인스타그램, 틱톡, 유트브에서 친구를 사귀고 문화를 습득하고 정보를 얻는다.

하루종일 휴대폰만 바라보는 딸에게 잔소리라도 한다치면,

'아빠, 지금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생각하지 않아요?'라고 확성기에 대고 외치고 싶은 눈망울로 나를 바라본다.

(고맙다, 그렇게 직접 대꾸는 안해줘서...)

미래에 대해서는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 것 같은 아들에게 각잡고 진지한 대화라도 시도하면

'아빠, 나중이 뭐가 중요해요. 지금이 소중한데. 지금 재밌으면 됐죠'라고 포효라도 하고 싶은 눈빛을 보낸다.

(너도 고맙다, 눈빛만 쏘아줘서...)

X세대니, MZ니 Z세대니 이런 인간의 '분류본능'은 아마도 이 복잡 다난한 세상을 쉽게 구분하고 이해하기 위한 몸부림 일 것이다. 그래서 각각의 세대와 잘 어울리고 융합되고 조화롭게 살아가려면 그 세대가 가진 특징을 잘 공부하고 이해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어떤 세대가 다른 세대를 이해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비결은 '공감'이라는 말로 정리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 참. 너 oo세대지, 그럼 내가 이해가 되네' 라는 이론적 동의를 넘어서서

그저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공감.

단지 한 세대를 공유한다는 이유만으로 거기에 속한 모두를 뭉뚱그려 하나의 틀에 넣고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백인백색'이라는 말이 있듯이 모든 사람은 고유한 자신만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내 기준에서 이해가 되지 않는 다고 상대방을 낙인찍어서는 안된다.

다른 사람 기준에서는 내가 낙인 찍힐 사람일 수 도 있다.

그저 그 사람이 왜 그렇게 행동하고 말하는지를 '공감'하려고 한다면, 세대를 뛰어 넘어 함께 조화를 이루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영어로 공감은 'sympathy, empathy, compassion' 등이 있다.

어원을 살펴보면 공감이 어떤것인지를 좀 더 확실히 이해할 수 있다.

empathy

어원:


접두사 em- (in, 안으로) + 그리스어 pathos (감정, 고통, 느낌)


즉, “다른 사람의 감정 안으로 들어감” → 감정을 직접 느끼는 공감

sympathy

어원:


접두사 sym- (with, 함께) + pathos (감정, 느낌)


즉, “누군가와 함께 감정을 느낌” → 함께 느끼는 공감

compassion

어원:


라틴어 com- (with, 함께) + pati (to suffer, 고통받다)


즉, “누군가의 고통을 함께 겪다” → 고통을 함께 짊어지는 마음

그러니까 다른 사람의 감정으로 기꺼이 들어가 그 감정을 함께 느끼고 심지어 그 사람의 고통까지 함께 짊어지고자 하는 마음이 '공감'인 것이다.

우리에게서 자주 발생되는 세대갈등은 그 세대를 정의하는 개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서라기 보다는 정말로 깊이 이해하고자 하는 '공감'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 아닐까.

공감이란 그 사람 자체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마음이다.

거기에는 어떠한 렌즈나 매개체도 개입되어서는 안된다.

있는 모습 그대로를 인정해 주는 마음이다.

비록 나의 가치관과 생각과 행동양식과 다를 수 있더라도 그 이면에 있는 모습을 그대로 봐주는 능력.

그리고 그럴수도 있겠다고 수긍하는 능력.

때로는 그 당사자만의 세상에서 힘겹게 지고 있는 인생의 짐을 같이 한번 져보려는 마음.

이게 공감이 아닐까.

나는 X세대 강사이고 아빠이다. Z세대 자녀와 학생들을 기르고 가르친다.

서로가 눈에 보이지 않게 그어놓은 X와 Z의 철조망을 걷어 내자.

그리고 우리 모두의 의사와 상관없이 태어나 힘겹게 딛고 있는 이 험난한 세상에서 그저 공통된 '사람'이라는 울타리 속에서 서로를 공감하고 이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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