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_ 나를 이루는 작은 기이함

나임을 증명하는 별스럽지만 진실한 흔적

by Evanesce

Idiosyncrasy [ ɪdiəˈsɪŋkrəsi ]

1. 특이한 성격[방식]

2. 별스러운 점


누군가를 머릿속에 떠올릴 때, 종종 그 사람의 작은 습관과 버릇까지도 함께 기억이 나곤 한다. 웃을 때 눈가가 살짝 찡그려지는 모습이나 무언가에 집중하면 자꾸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는 손끝, 손톱을 뜯거나 거스러미를 떼어낸 흔적, 혹은 좋아하는 이와 마주 앉았을 때 괜히 멍하니 그의 얼굴을 오래도록 바라보는 습관과 같은 것들.


이런 장면들은 타인의 눈에는 별스럽고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처럼 비추어질 수도 있지만, 그런 사소한 습관들이 모인다면 그 사람만의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책 속에서 삐죽 튀어나온 밑줄과 메모들이 그 책을 읽은 사람이 누구인지를 알려주듯, 나의 특이한 점들이 나를 나답게 드러내는 진정한 흔적이 된다.


'특이점', 또는 '별스러운 점'은 이러한 습관과 특유의 성향을 가리킨다. 누군가는 그것을 단순히 '괴팍함'으로 규정할지언정, 사실은 나라는 사람을 지탱해 온 기둥 같은 것이다. 얼굴을 빤히 바라보는 습관은 누군가에게는 "버릇이 없네"라는 평을 받을 수도 있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애정과 관심이 그만큼 깊네"라는 신호로 다가오기도 한다. 결국 같은 행동이라도 누가,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다.


흔히 '별나다'라고 표현하는 것들은 어쩌면 정원 속 잡초와 많이 닮아 있다. 보기에는 어수선하고 다듬어지지 않은 듯 하지만 그 존재 덕분에 꽃들이 더 선명하게 드러나기도 한다. 잡초를 모두 뽑아내면 정원이 매끈해질지는 몰라도, 동시에 생명의 느낌이 사라진 인위적인 형태가 된다. 사람의 기이한 습관이나 성향도 그렇다. 다소 불필요해 보이고 삐죽 튀어나와 보일지라도, 바로 그 다름 덕분에 한 사람의 삶이 더욱 입체적이고 살아 숨 쉬는 풍경이 된다.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것은 결코 완벽함이 아닌 불완전함이다."



삶을 살아가며 우리는 스스로만의 특이점들을 감추고, 매끈하고 완벽한 모습만을 보여주려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진실로 나다운 것은 그 거칠고 서툰 부분 속에 숨어 있다. 누군가에게는 '괜한 집착'처럼 보이는 꼼꼼함이 또 다른 이에게는 '세심한 배려'로 다가오기도 하고, '조금은 엉뚱하게 보이는 방식'이 또 다른 사람에게는 '함께 있을 때 작은 웃음을 주는 특별함'으로 작용하기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결국 그 사람의 '특이점'까지도 껴안는 일이다. 웃을 때 괜히 입술을 앙다무는 습관, 불안할 때 한숨을 쉬는 버릇, 카페에서 음료를 마실 때 빨대를 이유 없이 깨무는 작은 행동조차도, 그 사람을 이루는 풍경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것이 사랑의 본질일지 모른다. 정원을 가꿀 때 꽃만 두는 것이 아니라 풀과 돌, 작은 그림자까지 함께 두어야 비로소 하나의 풍경이 완성되듯, 누군가를 온전히 느끼고 사랑한다는 것은 그의 불완전함과 기이함까지도 함께 끌어안는 일일 것이다.


때로는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만약 내가 가진 모든 '특이점'을 도려내고 다른 이들과 똑같이 매끈한 모습만을 남긴다면, 과연 나는 여전히 '나 자신'으로써 여겨질 수 있을까. 특이함과 별난 점은 나만의 서명과도 같은 것이다. 편지의 마지막에 남겨진 삐뚤빼뚤한 필체처럼, 세상에 하나뿐인 흔적이자 존재의 증거이다.


그러니 우리 각자가 가진 작은 기이함들을 너무 쉽게 내치지는 말았으면 한다. 누군가는 그것을 '괴팍하다', '이상하다'라고 말할지라도, 또 누군가는 그 별남을 빛처럼 아름답다 여기기도 한다. 그리고 그런 별난 모습조차 품어줄 수 있다면, 진정으로 단단한 관계의 시작이 될 수 있는 계기가 될 테니까.



"나의, 당신의 특이점마저도 모두 사랑합니다, 그것들이 모여 결국 나와 당신을 이루니까요."



이 말이야말로 나 자신에게, 그리고 서로에게 건넬 수 있는 가장 따뜻한 고백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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