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과 떨림을 삶의 선율로
'Jitter'라는 단어는 본래 전자 신호의 불안정한 흔들림을 뜻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 말은 인간의 마음을 표현하기에도 이상하리만큼 잘 들어맞는다.
우리는 누구나 앞이 보이지 않는 순간에 작은 떨림을 느끼고, 삶은 언제나 예측할 수 없는 떨림을 안고서 흘러간다. 손끝이 흔들리고, 가슴이 두근거리고, 눈앞의 길이 안개에 덮여버리는 순간들. 그 떨림은 단순히 신경의 문제만은 아니다. 어쩌면 인간이란 존재 자체가 불확실성을 안고 태어났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불안을 '자유의 현기증'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자유롭기 때문에 우리는 선택할 수 있고, 그 선택 때문에 책임을 져야 한다. 우리를 떨리게 만드는 것은 그 책임의 무게이고, 결국 불안은 우리가 살아있다는 것의 또 다른 이름이다.
불안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누구나 하나씩은 떠올릴 수 있는 과거의 장면이 있다. 면접을 앞두고 대기실에서 서류 뭉치를 움켜쥔 손이 땀으로 젖어가던 순간, 누군가의 답장을 기다리며 휴대폰을 붙들고서 화면을 수십 번 켜고 끄던 밤, 검사 결과를 듣기 위해 병원 문 앞에서 이름이 불리기를 기다리며 발끝만 연신 두드리던 시간들.
그때의 공기는 묘하게 무겁고, 시간은 늘어진 고무줄처럼 더디게만 흘러갔다. 도망칠 수도 없고, 뚜렷하게 대비할 수도 없는 상황 속에서 우리는 그저 그 떨림을 고스란히 견뎌내는 수밖에 없었다.
이와 같은 불안을 마주하면 사람들은 두 가지 태도를 보인다. 불안을 못 견뎌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그 흔들림에서 벗어나려는 회피의 형태가 한 가지이다. 하지만 그림자를 피할수록 더 크게 늘어지는 것처럼, 회피는 오히려 불안을 더 크게 키운다.
다른 길은 맞섬이다. 불안을 지우려 애쓰지 않고, 그것마저 내 삶의 일부로 인정하는 것이다. 두렵지만 한 발을 내딛고, 떨리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 불안은 사라지지 않을지라도, 그 속에서 우리는 단단해짐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이 불안 속에서 무너지지 않을 수 있을까. 결국 모든 질문의 답은 한 가지로 귀결된다. 지금의 나를 돌보는 것이다.
폭풍이 몰아치는 바다에서 선장이 해야 할 일은 먼바다의 파도를 예측하는 것이 아니다. 머나먼 바다에서 몰아치는 파도를 예측하기에는 날씨의 변덕이나 그 파도가 배에 이르기까지의 변수가 너무나도 많다. 배가 제대로 움직이고 있는지, 돛이 찢어지지는 않았는지, 키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는지, 선원들의 마음이 흩어지거나 동요하고 있지는 않은지를 먼저 확인하고, 자신의 책임 하에 있는 모든 것들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지를 먼저 살펴야 한다. 머나먼 파도를 예측하고 막을 수는 없지만, 내 손에 쥔 키를 바로잡을 수는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처럼 미래를 대비한다는 것은 먼 훗날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나를 단단히 세우는 과정이다.
또한, 불안의 떨림은 단순히 우리를 괴롭히는 잡음이 아니다. 그것은 삶이 만들어내는 음악의 일부일지도 모른다.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는 리듬, 손끝이 떨리는 진동, 말없이 스며드는 긴장의 정적까지도 살아있음이 빚어내는 악보의 음표이다.
바이올린의 현이 떨려야 소리가 나듯, 우리의 불안도 때로는 삶의 울림이 된다. 만약 불안이 전혀 없다면, 리듬을 잃은 멜로디처럼 지나치게 평탄하고, 높낮이 없이 허무하게 들릴지도 모른다. 반대로 불안이 있기에 우리는 평온의 순간을 더욱 또렷하게 느낄 수 있다.
삶은 늘 장조와 단조를 오가며, 불안과 기쁨을 교차시키는 교향곡과 같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 떨림을 억누르기 위해 애쓰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하나의 음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때로는 불협화음처럼 들릴 수 있는 불안이라는 요소조차 결국 전체의 선율을 완성하는 중요한 한 파트이기에.
운명은 거대한 강물처럼 끝을 알 수 없고, 거친 물살이 요동치는 공간이다. 그러나 그 강물을 건너는 방법은, 지금 내가 서 있는 자리를 지켜가며, 흐름 속에서 흔들리지 않도록 중심을 잃지 않는 것과 같은 단순한 것이다. 운명의 강물 위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거친 물살이라는 이름의 불확실성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나에게 균형을 잡을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다.
우리는 불안 속에 살지만, 그 불안이야말로 삶을 움직이게 해 주는 리듬이다. 살아있는 한 심장은 그 박동을 멈추지 않듯, 삶 역시도 불안이라는 음표를 지니며 완성될 테니까.
앞을 알 수 없는 길 위에서, 오늘의 나를 돌보며 내일을 준비하는 일. 불안을 없애려 애쓰기보다는 불안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일을 통해 훗날의 자유를 생각하다 보면, 언젠가 그 불안의 떨림조차 삶의 운율로 들리는 날이 찾아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