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냄으로써 나의 존재를 선언하기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종종 세상 앞에서 침묵을 택하곤 한다. 무언가를 말하지 않고, 내면을 보여주지 않으며, 감정이 드러날까 두려워 묵묵히 감추며 견디는 방식이 상대로 하여금 나를 더욱 단단한 사람이라 느끼게 하는 것이라고 믿기도 한다. 때로는 상처받지 않기 위해서, 때로는 세상의 기준에 맞추기 위해서, 살아갈수록 그렇게 우리는 스스로를 감추는 데 능숙해져 간다.
하지만, 존재한다는 것은 결국 드러남이다.
글을 쓰려는 한 사람이 있다. 그의 머릿속에서만 수천 번 떠오르고 맴돌던 문장들은 아무런 흔적도 남지 않고서 사라질 테지만, 머릿속 생각을 단 한 줄만이라도 종이에 적어 내려가는 순간, 그 사람은 이미 '글을 쓰는 존재'로서의 가치를 지니게 된다. 이렇듯, 드러낸다는 것은 존재를 확증하는 첫 발걸음이 된다.
한 소녀가 있다. 그림을 그리는 것을 좋아하지만, 혹시라도 남들이 자신의 그림을 보면 비웃을까 두려워 늘 공책 속에만 그림을 감춰왔다. 하지만 어느 날 가까운 친구에게 용기 내어 한 장의 그림을 보여주었을 때, 돌아온 말은 비웃음이 아니라 "정말 예쁘다"라는 따뜻한 응원이었다. 그 순간 그 소녀의 세계는 넓어진다. 감추던 것이 드러날 때, 나의 의지로 그 마음을 드러냈을 때 비로소 새로운 기회가 생겨나게 되는 것이다.
'마음을 나타낸다는 것'은 단순히 지금의 나를 드러내는 행위에 머물지 않는다. 드러낸다는 것은 단순한 표현을 넘어, 상상을 현실로 이끌어내는 힘을 지닌다. "언젠가 나는 외국에서 공부를 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마음에만 묻어두면 그 생각은 막연한 꿈으로만 남아 있겠지만, 그 말을 입 밖으로 내어 나타내고, 내가 원하는 구체적인 길을 그려 구상해 본 순간부터 그 꿈은 비로소 구체적인 여정을 시작하게 된다.
어둠 속의 등불이 자신의 빛을 세상에 드러낼 때 주변을 밝히게 되고, 꽃은 피어남으로써 그 존재를 증명하며, 별은 빛남으로써 하늘에 자리를 얻는다. 이처럼 숨김 속에서의 우리는 그림자에 불과할지라도, 나타냄을 통해 비로소 '나'라는 존재의 가치를 얻는다.
'Manifest'는 단순히 나타냄을 뜻하는 단어가 아닌, 존재를 긍정하는 '선언'이다. 숨김에서 드러냄으로 나아갈 때, 우리는 단순히 살아있는 것을 넘어 '살아낸다'라는 의미를 얻는다. 그리고 그 드러냄 속에서 우리는 미래를 상상하고, 마침내 그 상상을 현실로 불러올 수 있다.
숨기지 않는다는 것, 드러낸다는 것. 그것은 곧 삶을 빛으로 살아내는 일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