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고양이가 뒤바뀐 이스탄불의 낮
갈라타 다리엔 사람들이 빼곡히 줄지어 있었다. 모두들 낚싯대를 다리 아래로 던져 낚시를 하고 있었는데, 낚싯대를 던진 사람과 그걸 구경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 모습을 구경하는 고양이들도 줄지어 있었다. 간혹 작은 물고기를 낚게 되면 그건 기다리는 고양이의 몫이 된다는 이야길 들었지만 갈라타 다리를 건너는 내내 물고기를 낚은 낚시꾼은 없어 그 모습은 아쉽게도 보지 못했다.
고양이들도 오늘은 허탕을 쳤다고 생각했는지 한참이고 낚시꾼의 뒤에서 기다리다 결국 다른 곳으로 이동하거나, 간식을 얻어낼 요량으로 다리를 건너는 사람들에게 비비고 다녔다. 이 마저도 참 낯선 광경이었다. 대낮에 고양이가 오가며 낚시까지 구경하고 있다니. 거기에 낯선 사람들에게도 망설임이 없다니.
나는 갈라타 다리를 건너 다시 동네를 구경하다가 생애 첫 트램을 타고 블루모스크에 도착했다. 입장이 가능한 시간이 있어 기다리고 있었는데 사람은 입장하지 못해도 고양이는 입장이 가능한 모양이었다. 입구에서 오가는 고양이도, 블루모스크로 이어진 계단에도 그 어디에도 항상 고양이는 한 자리 차지하고 있었다. 블루모스크를 빠르게 관람하고서 계단에서 쉬고 있는 고양이에게 가려는데 한 남성이 말을 걸었다.
"이 고양이 이름이 뭔지 알아요?"
모른다는 표정을 지으니, 남자는 방금 지어낸듯한 이름을 이야기하며 본인이 붙여준 이름이라는 것도 덧붙였다. 그러고 나서 본인이 얼마나 고양이를 좋아하는지, 집에도 고양이가 네 마리가 있고 본인의 식당에도 두 마리가 있다며 그곳에서 맥주를 마실 생각이 없느냐고 다시 물었다. 나는 정중히 거절했고 남자는 거절과 동시에 바로 등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
식당이라면 가서 맥주 한잔 정도는 해도 되지 않았으려나 하는 생각은 들었지만, 그 시간 동안 이곳의 고양이를 더 많이 만나고 가는 편이 낫겠단 생각이 앞섰다. 나는 고양이에게 향하던 발걸음을 이어 블루모스크 계단에서 쉬는 고양이를 한참 쓰다듬어 주었다.
이스탄불의 꽉 찬 일정은 오늘 단 하루뿐인지라 나는 가능한 많은 고양이를 담고 싶었다. 이스탄불에서 많은 고양이를 만날 수 있는 곳을 찾아보았다. 그리고 의외의 장소를 추천받게 되었다. 바로 귈하네 공원(Gülhane Park)이었다. 블루모스크에서도 도보로 10여분 정도의 거리라 나는 바로 공원으로 향했다.
사실 공원으로 걸어가는 동안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았다. 대낮의 공원이라는 곳이 고양이가 많을 수 있는 공간이었던가? 앞서 몇 시간 동안 탑 주변에서, 골목에서, 다리에서, 사원에서도 고양이가 있었던 걸 생각해 보면 이스탄불의 공원이라면 그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도착한 귈하네 공원은 눈이 휘둥그레 해질 수밖에 없었다. 내가 사는 곳이라면 사람들이 차지하고 있는 게 당연한 잔디며, 산책길이며 심지어 벤치에도 온통 고양이들로 가득했다. 역시나 공원 곳곳엔 고양이들이 식사를 하는 공간이 있었고, 아이들은 드러누워 낮잠을 자거나 햇볕을 즐기며 그루밍을 하고 있었다. 그건 이곳이 고양이들에게 안전하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늦은 오전부터 지금까지 나는 계속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사람이 사는 곳에서 고양이가 이렇게 존재할 수 있는 걸까? 허나 고작 몇 시간만으로 이스탄불은 그럴 수 있다는 대답을 주었다. 그렇게 수많은 고양이를 보는 행복감과 동시에, 내가 사는 곳에 대한 착잡함이 함께 들었다.
어느덧 해는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이스탄불에 오면 꼭 보려고 한 풍경이 있어 나는 귈하네 공원의 고양이들과 아쉬운 인사를 하고 선착장으로 향했다. 이제 이스탄불의 저녁을 볼 차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