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엄마한텐 비밀이야!

아빠와 만드는 달콤한 비밀

by 내곁의바람

"너 이제 요구르트 금지야."

내가 세 살쯤 되었을 때 엄마는 요구르트를 금지시켰다. 치과에서 단 걸 너무 많이 먹었는지 충치가 생겼다며 조심해야 한다고 했기 때문이었다.


내 손 가득 주어지던 한 병의 살색 요구르트.

식후에 주어지던 새콤달콤한 보상이 하루아침에 사라진 것이었다.


퇴근 후 집에 돌아온 아빠에게도 엄마는 요구르트 금지령을 알렸다. 아빠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씻고 나오더니 안방에서 조용히 손짓으로 나를 불렀다.

아빠 손에 들려있던 건 시원한 두 병의 요구르트였다.

"엄마한텐 비밀이야."

요구르트 뚜껑을 까주며 아빠가 싱긋 웃었다.


얼마 안 가 둘만의 비밀 일탈은 들켰고 엄마는 아빠에게 잔소리를 엄청하며 요구르트 금지령을 해제해 주었다.


그때 엄마 몰래 먹던 요구르트는, 내가 좀 더 자란 후에는 박카스가 되었다.


처음 맛을 본 박카스는 아주 오묘한 맛이었다. 새콤하고 달달한 것이 참 맛있었다. 하지만 내게 그것은 커피와 함께 금지목록에 있었다. 미성년자이기에 카페인이 든 것은 섭취 금지였다.


쩝.


아빠는 냉장고에 있는 박카스를 참 맛있게도 들이켰다. 나는 먹고 싶다 말도 못 하고, 속이 비워져 가는 까만 병을 하염없이 쳐다보았다.

"엄마한텐 비밀이다."

아빠는 또 그렇게 말하며 박카스 딱 한 모금을 매번 내게 남겨주었다.


언젠가 내가 아빠에게 물었다.

"왜 아빠는 다 몰래 먹으라고 줘?"

아빠는 내 얼굴을 빤히 보다가 말했다.

"애들이 먹고 싶은 거 못 먹으면 자꾸 생각날 것 같잖냐. 조그만 게 얼마나 먹고 싶겠어. 눈빛 보면 안 줄래야 안 줄 수가 없다."


얼마 전 아이를 키우는 친구 집에 놀러 갔었다.

친구가 오늘은 이미 간식시간을 가졌다며, 다과로 내온 과자를 못 먹게 하자 아이가 입맛을 다시며 아쉬워했다.

그 얼굴이 어찌나 안쓰럽고 귀여운지.

친구 몰래 과자를 한 손 가득 챙겨주고 싶었지만 차마 그러지 못했다.


아빠의 말을 들으니 그 아이의 얼굴이 떠올랐다.


이제 나는 어른이 되었고, 아빠는 나이가 들었다. 엄마는 아빠가 단 걸 너무 많이 먹는다며 금지시켰다. 몸에 좋지 않다고.

얼마 전에도 시리얼 한 봉지를 사면 아빠가 몰래 다 먹어버린다며, 내게 시리얼을 집에 사 오지 말라고 금지령을 내렸다. 하지만 시리얼을 봉지 째 들고 먹으며 좋아하는 아빠 얼굴이 떠오르는 날에는, 어김없이 그것을 사서 집으로 보낸다.


"아유, 보내지 말라니까!"

엄마는 살짝 짜증을 내다가 금방 표정이 풀린다.

"당신은 좋겠네." 하며 아빠를 슬쩍 째려본다.


이제는 내가 만드는 아빠와의 달콤한 비밀.

비밀에서 새어 나오는 단내에 웃음이 난다.


마음 한편에 남는 그 달콤함은,

언제라도 다시 돌아가 아빠와 함께 웃고 싶은 그날들의 추억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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