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내가 발견한 새로운 나

아무것도 가진 게 없다고 생각했을 뿐, 나는 이미 나였다

by 이레

퇴사하고 며칠 동안은
마치 공중에 떠 있는 사람 같았다.
책상도, 회의도, 보고서도 더는 나를 부르지 않는 적막한 시간 속에서

나는 갑자기 ‘나’라는 사람을 다시 마주하게 되었다.


회사라는 테두리가 사라지면
누구나 자연스럽게 질문하게 된다.

“이제 어디로 가지?”
“다시 회사에 들어가야 할까?”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돈을 벌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도 계속 붙잡고 있는 질문.

“나는… 뭘 팔 수 있지?
나는… 정말 아무 아이템도 없나?”

퇴사 후 가장 무서웠던 건
수입이 끊기는 일이 아니었다.
내가 가진 게 아무것도 없다는 착각이었다.


회사에서의 나는 꽤 자신감 있는 사람이었다.
그건 회사라는 구조가
‘완성된 무언가’를 파는 사업이 아니라
시간당 돈을 받고,
업무를 완성해가는 과정 자체가 수입이 되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잘하면 칭찬을 받고,
속도가 빨라지면 인정받고,
그 과정 속에서 나는 ‘잘한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회사 밖으로 나오자
내 손에 남은 게 아무것도 없어 보였다.
완성된 상품도, 팔아본 경험도,
증명할 수 있는 수익도 없었다.

그 순간부터 모든 게 막막했다.
뭐라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계속 앞이 흐릿해졌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나는 ‘예쁘게’ 팔려고만 했을까?
세상에 완벽한 제품이 어딨지?

오히려 거칠어도,
초보 같은 티가 나도
그 수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다는 사실을
내가 놓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했다.

“일단 1주일 안에, 단돈 만 원이라도 벌어보자.”

수익이 아니라,
‘작게라도 시장에 던지는 경험’을 먼저 해보자는 마음이었다.


내가 잘하는 것들을 정리해
당근에 클래스를 세 개 등록했다.

그중 유독 반응이 있었던 건
AI 영상 만들기 클래스.

그리고 결과는
일주일에 15만 원.


작은 돈이었지만
퇴사 후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전환점이 되었다.

일단 등록했다.
사람들이 들어왔다.
어느 시간에 듣고 싶은지, 무엇을 배우고 싶은지 물어봤다.
사람들이 원하는 시간에 맞춰 클래스를 열었다.

클래스를 열어두고 나서야
급하게 자료를 만들기 시작했고
그제야 장소도 섭외했다.

하지만 오히려 역설적으로,
열어두었기 때문에 움직일 수 있었다.

해내야 한다는 압박이 아니라
누군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이
나를 앞으로 밀어줬다.


“내가 움직인 만큼 반응이 오고,
그 반응이 곧바로 돈이 된다.”

이 경험은 회사에서 아무리 일을 잘해도
절대 느낄 수 없었던 종류의 짜릿함이었다.

나는 그동안 성장하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늘 ‘완벽한 준비’를 먼저 하려 했다.

하지만 결국 나를 움직인 건
완벽함이 아니라
덜 준비된 채로 뛰어든 선택이었다.

그리고 그 선택을 반복하면서
나는 조금씩 ‘새로운 나’를 발견하고 있다.

이제는 두렵기보다
조금 더 기대된다.
내가 만드는 만큼,
내가 움직이는 만큼
내 삶이 바로 반응한다는 사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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