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가 식는 동안

매일 같은 자리

by 신리

카페의 문이 열릴 때마다 은근히 기대되는 얼굴이 있었다. 낯선 손님들이 들어올 때는 무심히 고개만 끄덕였지만, 그 사람만큼은 문이 열리는 순간부터 눈길을 빼앗겼다.


오후 세 시.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게, 그는 늘 같은 시간에 나타났다.

창가 끝, 오래된 시계 아래.

빛이 제일 오래 머무는 그 자리에서 그는 조용히 자리를 잡았다.


늘 똑같은 주문, 블랙 아메리카노 한 잔.

달콤한 시럽도, 부드러운 우유도 섞이지 않은, 가장 단순한 맛.

그리고 낡은 책 한 권.

그의 앞에 놓이는 풍경은 늘 단촐했지만, 이상하게도 다른 누구보다도 내 눈길이 닿는 정착지였다.


나는 그에게서 많은 걸 알지 못했다.

이름도, 나이도,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조차도.

알고 있는 건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 앉는다는 것뿐.

그리고 그 순간마다 내 일상이 조금은 달라진다는 사실이었다.


우리는 매번 같은 인사만 나눴다.

“안녕하세요. “

“감사합니다.”

두 마디면 끝나는 대화.

그 두 마디가 쌓여 어느새 작은 습관이 되었고, 그 습관은 조심스러운 기대가 되었다.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바쁜 오후였고, 나는 정신없이 주문을 쏟아내고 있었다.

그의 담백한 커피잔을 건네는 순간, 작은 얼룩이 눈에 들어왔다.

순간적으로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어째서인지, 다른 손님의 잔일 때보다 훨씬 더 크게 느껴졌다.

급히 잔을 닦아내려는 순간, 그는 잔을 살짝 흔들며 가볍게 웃었다.


“오늘은 괜찮아요.”

낮고 차분한 목소리가 의외로 따뜻하게 들렸다.


그리고 그는 잔을 내려놓으며 덧붙였다.

“사실은, 커피가 식는 동안 기다리는 게 더 좋아요.”


그 말은 생각보다 오래 내 안에서 울렸다.

무심한 듯 가볍게 던진 말 같았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어지러웠다.

커피가 식는 동안 기다리는다는 게, 대체 무슨 의미일까.


나는 대답을 하지 못한 채,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부랴부랴 몸을 돌렸다.

뒤돌아선 순간에도 귀 끝이 이상하게 뜨겁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는 다시 책을 펼쳤고, 나는 카운터 뒤에서 어설프게 잔을 닦으며 생각했다.

혹시 그가 기다린 건, 커피가 아니라…

아니, 그건 너무 앞서 나가는 상상일까.


그 순간 그에게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실례가 안 된다면, 혹시 이름이 뭔지 알 수 있을까요?”


내가 지금껏 생각했던, 수천번 되뇌고 있던 잔의 얼룩보다도

더 지워지지 않는 건, 그날 그가 무심하게 툭 던진 한마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