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스텔라

조금 더 늙고, 조금 더 현명해지겠지만, 널 만나 반가울 것이다.

by Quasar


'쿠퍼'라는 주인공이 딸인 '머피'를 구하기 위해 펼쳐지는, 우주를 관통하는 사랑이야기

가 이 영화의 대략적인 줄거리일 것이다.


인터스텔라의 주요 키워드는 '시간'과 '중력'이다.

작 중 모든 등장인물들은 시간에 쫓기고, 중력은 영화 초반부터 인물들이 있는 장소를 관통한다.

하지만 이 두 가지가 달라지는 지점이 있는대, 바로 쿠퍼가 우주로 가며 시간, 즉 플롯은 어딘지 모르게 점프되고 섞이며 중력은 다르게 적용되기 시작한다.

이 두 가지는 러닝타임이 지날수록 서서히 융합되는데, 시간과 중력은 계속 쿠퍼에게 압박을 주다 블랙홀 안에서 시간이 구체화되어 나타나며 그 실체를 드러낸다.

그 속에서 쿠퍼는 중력으로 소통하는데, 이 시간과 중력은 시간은 죄어오는 자원의 상징, 중력은 사랑의 인력이라 생각한다.


작 중 지구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다.

황사 때문에 먹을 것도 없고, 밀과 오크라도 멸종, 옥수수도 곧 멸종되는데 질소로 호흡하는 병충해까지 지구를 뒤덮어 인류는 숨 막히고 굶어 죽어가는 상황이다.

즉, 지구는 자원이 없어 허덕이는 상황이다. 그럼 물질적 자원만 없느냐? 그건 아니다.

인류에겐 가장 중요한, 시간이 없다.


하지만 등장인물들에겐 인류구원이라는 원대하고 중요한 목표가 있다.

때문에 작 중 등장인물들은 이 시간을 이겨내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려 한다. 그게 이루어질 수 없는 플랜 A의 실현이건, 멀게만 느껴지는 가족상봉이건 인듀어런스 호의 선원들은 우주라는 역경을 뚫고 항해를 계속한다. 물론 좋게 끝나진 않았지만.

여기서 포인트, 4명 중 2명이 죽는대 이 2명은 왜 죽었을까?

엑스트라라서? 비중이 없거나 서사가 모자라서? 아니다, 이 둘의 공통점은 '사랑'이 없단 것이다.


도일이랑 로밀리는 공통적으로 '사명감'으로 이 여정에 올랐다. 때문에 이들은 합리적인 재안을 하고 객관적인 시선에서 상황을 바라본다.

하지만 살아남은 쿠퍼와 브랜드는 공통적으로 사랑을 가지고 움직인다. 브랜드는 애드먼즈에 대해, 쿠퍼는 머피에 대해.

그래서 이 둘은 종종 감정적인 선택과 재안을 하고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지만, 그만큼 초인적인 능력, 혹은 촉을 보인다.

쿠퍼의 가족을 다시 보겠단 각오가 없었다면 만 박사 사건 때 다 죽었을 거고, 브랜드의 에드먼즈에 대한 사랑이 없었으면 플랜 B, 즉 거주 가능한 행성은 찾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쿠퍼가 테서랙스에서 머피에게 양자 데이터를 전송하고 그걸 머피가 아빠에 대한 사랑과 믿음으로 찾게 되자 플랜 A도 성공하게 된다.


결국 이 영화에서 사랑은, 옥죄어 오는 시간이란 굴례를 사랑으로 타파하는 이야기이다.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 (어두운 밤을 쉬이 받아들이지 마세요) / Rage, rage against the dying of the light. (꺼져가는 빛을 향해 분노하고, 또 분노하세요.)라는 브랜드 박사가 읊는 시의 구절처럼, 등장인물들은 사랑을 가지고 어두운 우주에, 혹은 꺼져가는 희망에 저항한다.


그럼 이 사랑이란 키워드는 단순 이렇게만 쓰였느냐, 난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런 평들이 많다. "다 좋았는데 블랙홀 장면은 이해가 안된다" 거나 후반부가 통째로 이해가 안 된다던지 라는 평들이 있는데, 개인적으론 영화의 하이라이트를 놓친 듯해 아쉬운 평가라고 생각한다.

난 후반부 중에서도 태서랙스 장면은, 이 영화가 말하려는 메시지의 정수라고 보기 때문이다.

블랙홀에 들어가서 시간이 태서랙스 즉, 간섭할 수 있는 하나의 차원으로 나타나는 것이 이 영화가 주려는 메시지의 본격적인 첫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옥죄어 오던 시간이 자유자재로 조작되는 차원 속에서 쿠퍼가 중력, 즉 사랑의 인력으로 소통하는 것은 가족 간의 사랑은 시간을 관통할 정도로 강하다는 뜻도 될 것이고, 인류에게 사랑이라는 연료가 이만큼 강력하다는 의미도 될 것이다.


동시의 타스의 "누가 이걸 만들었느냐."라는 질문에 "미래의 우리가 만든 거야."라는 답과 "그들은 이걸 만들 순 있지만 그 어디에도 접속할 수 없어."라는 말은 미래의 인류는 시간을 정복할 만큼의 기술력은 지녔지만, 머피에게 향하는 중력 즉, 사랑이 없기에 쿠퍼가 그 역할을 맡지 않았나 싶다.

근대 그보다 나는 책장과 시계를 통해 소통하는 모습이, 꽤나 인상 깊었다.


인간에게 시간은 곧 죽음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인간은 이 시간에 그냥 당해주진 않는대, 인류가 무엇으로 여기까지 성장했으냐? 하면 '기록'이다.

선사시대부터, 농업혁명, 산업혁명, 그리고 지금까지.

인류는 기록을 통해 단체 단위의 죽음을 극복하고 후대로 지식을 넘겨주었다. 그리고 그 상징은 '책'이다.

그렇기에, 나에겐 "책장과 시계를 통해 중력으로 양자 데이터를 보낸다"는 "인류의 지식이 사랑을 통해 시간을 뛰어넘는다"라고 느껴졌다.


그렇기에 '그래서 이거 누가 만든 건대..' 하면서 설정 뜯는 건 그다지 의미 없다 생각한다.

그야 태서랙스 장면은 이 영화의 메시지 그 자체였으니까.


이후 양자 데이터를 성공적으로 전송한 쿠퍼는, 구조되어 머피를 만나게 된다.


머피가 마지막에 쿠퍼에게 브랜드에게로 가라 말한 건, 브랜드도 쿠퍼와 마찬가지로 '사랑을 가진 존재여서'라고 생각한다.

즉, 사정을 다 알고 말했다기 보단 이것도 메시지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영화 내적으론 모두의 해피앤딩을 암시하는 말이었지만, 외적으로 인류는 언젠간 정답을 찾을 거라는 대사와 함께 일행을 괴롭혔던 우주로 다시 나아가는 쿠퍼는 딱 '사랑이란 정답을 찾으려는 인류'라고 생각한다.


난 이 영화를 보며 위로를 참 많이 받았다.

브랜드 교수의 시로, 등장인물의 행적으로, 광활한 우주의 아름다움으로.

어떤 우주와 같이 어두운 고난과 역경이 닥쳐도 어두운 밤을 쉬이 받아들이지 않고, 우린 언젠간 정답을 찾을 것이다.라는 말은 큰 위로로 다가왔다.

대분류로 보면 가족 사랑이야기가 맞지만, 결국 파고들면 '인류애'에 관한 이야기.

어둠에 굴하지 않고 사랑을 위해 다시 어둠으로 나아가는 사람의 이야기.


"A little older, a little wiser, but happy to see you"
조금 더 늙고, 조금 더 현명해지겠지만, 널 만나 반가울 것이다.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
어두운 밤을 쉬이 받아들이지 마세요.
Old age should burn and rave at close of day;
노년은 날이 저물수록 불타고 포효해야 하기 때문이니
Rage, rage against the dying of the light."
꺼져가는 빛을 향해 분노하고, 또 분노하세요.


인터스텔라이다.

목, 일 연재
이전 02화오펜하이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