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끌벅적한 아침, 나의 고요

소란한 하루의 문턱에서 나로 깨어나다

by 손지영


다시 나로 깨어나는 새벽


새벽 공기는 늘 시원하다.
아직 아이들이 잠든 집은 고요하고
그 고요 속에서 나는 물 한 잔을 마신다.

책을 펼치고 아무 생각 없이 문장들을 따라 읽는다.
오늘은 열 장쯤.
글자들이 내 안으로 스며들고
머릿속의 복잡한 생각들이 조금씩 정리된다.

명상이라 부르기엔 거창하지만
그 시간만큼은 누구의 엄마도 아닌 ‘나’로 존재한다.
아이들을 깨우기 전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나의 시간이다.

창밖으로 여명이 스며들고
책장 위엔 어제 덮어둔 책과 노트가 나란히 놓여 있다.
글자를 따라 읽는 내 눈과
그 옆의 커피잔이 같은 리듬으로 숨 쉬는 듯하다.
고요하지만 살아 있는 시간 그때 나는 조금씩 회복된다.



아이들과 함께 피어나는 아침


곧 아이들의 이불이 뒤척인다.
“엄마~”
작은 목소리가 들리는 순간 세상이 깨어난다.

나는 아이들을 안아 올리고 말한다.
“일어날 시간이야.”
둘째의 볼에는 습관처럼 입을 맞추고
첫째는 이제 다 컸다고 이야기를 건넨다.
“엄마, 이제 뽀뽀 말고 안기만 하자.”
그래서 첫째를 안아주었다.
아이들의 체온이 내 팔에 닿을 때 비로소 오늘의 아침이 완성된다.

식탁 위에는 미리 차려둔 밥과 반찬이 놓여 있다.
아이들은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밥을 먹고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본다.
매일 같은 풍경인데 오늘은 유난히 따뜻하다.

둘째가 웃으면 첫째가 따라 웃고
그 웃음이 부엌까지 번진다.
그 짧은 순간
세상 어디보다 평화로운 장면이 완성된다.



맞물리는 하루의 조각들


식사가 끝나면 아이들은 장난감을 꺼낸다.
요즘 두 아이는 와플블록에 푹 빠져 있다.
둘째는 “엄마, 이거 봐!” 하며 색깔을 맞추고,
첫째는 옆에서 모양을 이어 붙인다.

형태도 성격도 제각각인 블록들이
서로의 자리를 찾아 맞물릴 때마다
그 풍경이 참 다정하게 느껴진다.
나의 하루도 그렇게 조금씩 맞춰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현관 초인종이 울린다.
등원선생님이 오신다.
아이들이 신나서 문을 향해 달려가며 인사한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그 인사 소리를 들으며
나는 가방을 메고 현관문을 나선다.
“엄마 다녀올게. 사랑해.”
“사랑해요!”

그제야 비로소 하루가 시작된다.

버스를 타고 창가에 앉는다.
책을 꺼내 한 장을 펼친다.
문장들이 마음속으로 스며든다.

출근길의 10분
그 시간이 나를 다시 ‘나’로 돌려놓는다.

시원한 새벽 공기, 따뜻한 햇살
그리고 아이들의 웃음이 이어지는 이 아침.
그 시끌벅적하고 고요한 시작 속에서
나는 오늘도 조금 더 단단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