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인 대신 따뜻함을 선택한 날

커피가 반짝임을 준다면, 차는 깊이를 준다

by 한 걸음

퇴근 후 몸에 남아 있던 열기가 샤워와 함께 사라지고 나니, 어딘가로 잠시 숨을 돌리고 싶어졌다. 자연스럽게 발걸음은 카페로 향했고, 문을 여는 순간 커피 향이 먼저 인사를 건넸지만 메뉴판 앞에서 잠시 고민했다. 늘 마시던 아메리카노 대신, 오늘은 마음이 조용히 가라앉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페인 없는 차 중에서 수면에 도움이 되는 음료가 있는지 묻자, 바리스타는 미소 지으며 캐모마일을 추천해주었다. 주문하자마자 진동벨이 울렸고, 따뜻한 찻잔과 작은 주전자가 담긴 쟁반이 내 앞에 놓였다. 찻잔을 손에 감싸 쥐는 순간, 커피에서는 느낄 수 없는 온도가 손끝부터 마음까지 천천히 번졌다.


차를 마시며 글을 쓰기 시작하니 문장들이 조용히 내려앉았다. 커피를 마실 때처럼 반짝이는 문장은 아니었지만, 부드럽고 길게 이어지는 생각들이 있었다. 무언가를 적는 행위가 아니라, 마음속에 남은 것들을 천천히 내려놓는 느낌이었다.


집에 돌아와 잠든 시간은 평소에 비해 두시간 정도 일찍 잠들었으며, 그날의 수면은 달랐다. 깊었고, 조용했으며 아침의 눈뜨는 순간이 유난히 맑았다. 커피가 하루의 기점을 밝혀주는 음료라면, 차는 하루의 끝을 부드럽게 감싸주는 음료라는 것을, 오늘 처음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