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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인 Jan 25. 2018

좋은 노마드 베이스캠프의 5가지 조건

꼼꼼하게 살피고 비교합시다

등산 용어 베이스캠프(basecamp)는 물자나 식량을 저장해 두고 몸을 쉬이는 기지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더 높은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 마련한 전진기지라고도 할 수 있는데요.


이와 달리 유랑하는 디지털 노마드의 베이스캠프는 노마드들이 살아가는 공간 그 자체를 가리킵니다. 때문에 베이스캠프는 단순히 집이 아니라 한 국가나 도시가 될 수도 있는데요. 이제 막 디지털 노마드 데뷔를 앞둔 분들이라면 그동안 꿈꿔왔던 국가나 도시에서 살며 일하는 상상을 할 수도 있겠지만, 그전에 어떤 베이스캠프가 디지털 노마드들에게 좋은 베이스캠프인지 꼼꼼하게 살핀다면 금쪽같은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겠습니다.


체류비가 적절한가?

네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돈입니다. 디지털 노마드 라이프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수입과 지출의 비율이 적절해야 하는데, 지출의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바로 체류비입니다. 체류비에는 여러 항목이 있습니다. 지내게 될 주택의 임대료부터 시작해, 식비, 통신비, 여가 및 이동에 들어가는 비용이 모두 체류비에 포함됩니다.


웹사이트 노마드리스트 메인 페이지


노마드들에게 최적의 베이스캠프를 추천하는 웹사이트 노마드리스트에 접속하면 세계의 노마드들이 직접 살며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평점을 매겨 놓은 도시의 리스트를 볼 수 있습니다. 역시나 가장 눈길이 가는 것은 도시 썸네일 오른쪽 아래에 있는 월간 체류비 항목인데요. 인기 베이스캠프인 치앙마이(2018년 1월 기준, 920달러/월)와 발리 우붓(2018년 1월 기준, 1030달러/월)은 한화 약 100만 원이면 여유롭게 한 달을 살 수 있는 곳입니다.


2018년 1월 기준으로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베이스캠프인 서울은 1900달러/월, 제주와 부산은 1500달러/월 수준이고 북한의 수도인 평양은 2500달러/월의 평균 체류비를 기록했습니다.



노마드리스트에서는 품격 있고 행복한 삶에 반드시 필요한 맥주, 콜라, 커피 등의 가격도 살펴볼 수 있을뿐더러(마치 빅맥지수처럼!) 비행 편, 현재 해당 베이스캠프에 머무르고 있는 노마드, 원격 업무 등의 정보를 살필 수 있으니 일종의 커뮤니티 사이트처럼 활용해도 좋겠습니다.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는가?

단지 집값이 저렴하다고 해서 교양 있는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문화 혹은 오락 생활을 위한 기반 시설(=인프라)이 잘 갖춰져 있는가? 또한 좋은 베이스캠프의 기준이 됩니다. 아무리 주택 임대료가 저렴해도 일을 하며 쌓인 피로와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공간이나 시설이 없다면 어떨까요?


제가 서울을 떠나 첫 베이스캠프로 삼은 전라남도 완도는 아름답고 깨끗한 바다와 여유로운 사람들, 저렴한 주택 임대료 등이 매력적인 곳입니다. 하지만 흔히 말하는 나이트라이프(nightlife)를 즐길 수 있는 곳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이제 막 카페 붐이 시작된지라 분위기 좋은 펍이나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코워킹 스페이스가 생겨나고 문화가 조성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그래서 제가 직접 만들고 있습니다!)


코워킹 스페이스 (이미지 출처 : unsplash.com)


앞서 말한 것처럼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업무나 흥미에 대해 공유할 수 있는 코워킹 스페이스의 유무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함께 모여 일하는 것이 능률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는 것만으로도 영감이 일어나거나 긍정적인 자극이 될 수 있습니다.


베이스캠프의 편리한 이동(대중교통 편의성, 스쿠터 렌탈 비용 등) 또한 인프라에 포함됩니다. 아무리 도시가 아름답더라도 움직이는 것이 불편하면 활동반경이 좁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언젠가 자동차나 스쿠터를 렌트할 수 있도록 일찌감치 면허를 취득해두는 것도 좋겠습니다.


마지막 인프라는 바로 도시의 인터넷 환경입니다. 위대한 인터넷 강국인 대한민국 국적의 노마드라면 세계 어느 곳에 가더라도 인터넷 속도에 불만을 가지리라 예상합니다. 그러니 이 부분에 대해 걱정이 된다면 미리 인내심 훈련을 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앞서 소개한 웹사이트 노마드리스트에서는 각 도시의 인터넷 환경에 대한 정보 또한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미지 출처 : unsplash.com


도시의 치안 상태, 텃세나 각종 차별은 없는지

높은 수준의 치안을 자랑하는 대한민국에서 살아왔다면 치안의 중요성을 실감하기 힘듭니다. 하지만 시시각각 급변하는 세계 각국의 정치, 군사적 이슈는 언제나 우리의 예상을 벗어납니다. 행복한 디지털 노마드 라이프를 위해서 머무르길 원하는 도시의 정세와 이슈에 대해서 알아보는 것은 필수적인 일입니다.


도시의 치안 상태와 함께 현지인(local)들이 이방인에 호의적인지 여부도 중요합니다. 어쩌면 이것은 치안과도 연결될 수 있습니다. 텃세가 심한 곳이거나, 특정 인종이나 성별에게 차별이 심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면 스스로 알아서 몸을 사려야 합니다.


해외 베이스캠프로의 이동을 계획하고 있다면 현지인들의 외국어 구사 능력 또한 고려해야 할 사항입니다. 지역 주민들이 주로 어떤 언어를 사용하고, 어떤 수준으로 구사하는지 알아둔다면 언어의 벽에 가로막혀 끙끙대는 것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이미지 출처 : unsplash.com


환상적인 날씨와 환경

저는 축구를 참 좋아하는데요. 가끔은 유럽에서 뛰고 있는 축구선수들이 디지털 노마드와 비슷한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국가 간 이적이 많은 유럽리그 선수들의 경우 여러 국가와 도시를 오가며 일하고, 원정 경기가 있는 날마다 다른 도시로 이동해 경기를 치르기 때문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더 많은 임금을 제공하는 잉글랜드 리그보다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리그에서 뛰는 것을 선호하는 선수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유는 바로 날씨입니다. 시도 때도 없이 비가 내리고 탁한 공기를 마셔야 하는 잉글랜드보다 따뜻하고 기분 좋은 햇볕을 만끽할 수 있는 지중해 인접 국가에서의 삶의 질이 더 높기 때문인데요. 선수 본인뿐 아니라 함께 지내는 가족이 있다면 좋은 날씨는 선수가 다음 커리어를 결정하는데 큰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디지털 노마드에게도 베이스캠프의 날씨는 중요합니다. 맑은 날이 많으면 물론 좋겠지만 날씨가 변덕스럽지 않고 일관성이 있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합니다.


제가 서울을 떠난 결정적인 계기는 잿빛으로 물든 공기입니다. 창문이 있어도 미세먼지가 들어올까 쉬이 열어두지 못하는 제 자신을 보며 드디어 떠날 때가 되었다고 마음먹었는데요. 지금 머무르고 있는 첫 베이스캠프 완도는 서울보다 평균기온이 10도가량 높고, 날씨가 좋아 만족하고 있습니다. 별도 아주 많이 보이고요.


비빌 언덕이 있나요?

새로운 국가, 새로운 도시, 새로운 집에서 지내게 된다는 것은 정말 설레는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두려운 일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만약 내가 이동할 도시에 지인이나 친구가 머무르고 있거나, 과거에 머무른 적이 있다면 언제고 마음을 비빌 수 있는 언덕이 됩니다.


이미지 출처 : unsplash.com


제가 완도를 첫 노마드 베이스캠프로 정한 것은 오랜 친구가 이곳에 먼저 도착해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도시에 대한 기본정보부터 마음이 통하는 현지 친구들을 사귀는 일, 맛집, 랜드마크, 원격 근무 혹은 탄력 근무가 가능한 일거리 등의 모든 생활 정보를 더 쉽고 편리하게 얻을 수 있었습니다.


만약 지인이나 친구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곳이라면 정착하려고 하는 베이스캠프에 같은 언어권의 사람이 얼마나 있는지 찾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언어는 곧 문화입니다. 같은 문화를 공유하고 있는 사람이 근처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혹시 찾아올 힘들고 지치는 순간에 비빌 언덕이 되어줄 것입니다. 물론 그 사람이 오랫동안 감정과 우정을 공유해온 친구라면 가장 좋겠죠?



지금까지 좋은 노마드 베이스캠프의 다섯 가지 조건을 추려봤습니다.

각 항목을 20점씩, 총 100점 만점이라고 했을 때 제가 첫 베이스캠프로 정한 완도는


체류비 15 + 인프라 0 + 치안 15 + 날씨 및 환경 20 + 비빌 언덕 20


총 70점을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빵점 인프라에 놀라셨나요? 빼어난 날씨와 환경에 비하면 완도의 각종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직접 완도의 인프라 점수를 올려보려고 무언가 뚝딱뚝딱하고 있으니까요.


어쩌면 곧 이어질 다음 연재에서 공개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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