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
굴해에는 이상하리만치 개가 많았다. 경탄스러운 귀소본능을 가진 견공들이 돌아오지 못하도록 내다 버린 주인들의 노력 덕분이었다.
오히려 자유를 되찾은 그들은 고양이며 쥐 같은 들짐승을 사냥하는 들개떼가 되었다. 그러나 인간은 또다시 그들을 버렸다. 고기 맛을 본 개떼가 사람마저 위협할지 모르니 더 큰 무리를 이루기 전에 제거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굴해도 공무원들의 중요한 업무 하나는 이러한 들개떼로부터 주민들을 보호하는 것이었고, 임무는, 주기적으로, 충실하게 수행되었다.
겨울 명절이 다가왔다. 굴해에도 다시 활기가 돌았다. 다른 도시에 사는 반가운 얼굴들이 하나둘 돌아오는가 하면 피라미드처럼 정교하게 쌓아 올린 스티로폼 택배 상자(굴로 가득한)도 섬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나와 추형도 오랜만에 긴 휴가를 맞이했다. 연휴에 돌입하면서 학원들이 모두 문을 닫았기 때문이었다. 다만 우리에게는 작은 문제가 있었다. 어떻게 휴가를 보내면 좋을지 조금도 알지 못한다는 거였다. 고향에 가고 싶다는 마음도, 어딘가로 훌쩍 떠나고픈 마음도 들지 않았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일은 하나뿐이었다.
단골집에는 추 형이 먼저 도착해 있었다. 먼젓번 청년들이 앉았던 자리에도 또다시 낯선 무리가 와 있었는데, 아무리 많게 쳐주어도 이십 대 중반을 넘지 않을 풋내기들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갈 데 없고 할 거 없는 건 똑같네."
머리카락이 긴 남자의 말에 다른 남자가 맞장구를 쳤다.
"바랄 걸 바라야지. 앞으로도 똑같을걸? 그래서 난 굴해로는 절대 안 돌아올 거야. 너도 어떻게든 육지에서 개겨보자고."
곧 머리카락이 짧은 여자가 합류하면서 무리는 세 명이 되었고, 이후에는 대학 생활과 이성 친구 같은 이야기들이 지겨우리만치 길게 이어졌다.
나와 추형은 이번에도 조용히 소주만을 나누어 마셨다. 지난번과 다른 게 있다면 그래도 어떻게든 두 병을 비워냈다는 것이다. 내일과 내일의 내일까지도 할 일이 없다는 사실이 우리를 자유롭게 한 탓이려나. 그러나 엿들려오는 이야기를 곱씹을수록 어쩐지 자유와는 더 멀어지는 기분이었다.
우리가 세 번째 병을 고민할 무렵 대학생들은 자리를 떴다. 노래를 부르고 싶다는 이유에서였다. 귀동냥거리가 사라진 건 아쉬웠으나 그들처럼 특별한 계획이 있는 것도 아니었으므로 우리는 단골집이 문을 닫을 때까지 제 자리를 지켰다. 대학생들이 떠난 자리에는 아무도, 누구도 찾아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