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부터 2026년까지 나는 20년이 넘게 글을 썼다.
네이버블로그가 탄생했던 2004년,
나는 고등학생이었다..
나는 내가 원하는 대로, 끄적끄적 쓰고 싶은 글을 쓰는 것이 좋아서 블로그를 시작했다.
서울로 상경했던 2006년,
갓 입학한 대학생의 일상생활, 이공계 실험노트도 블로그에 적었다. 대학교에서 배우는 수업에서 중요한 내용들은 기억하기 위해서 블로그에 적어두었다.
혼자 있는 시간에 글을 쓰기 시작하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게 나는 몰입할 수 있었다. 나는 혼자인 게 편한 사람이었다. 데이트, 영화리뷰, 맛집리뷰, 나에게 일어난 일들을 빠짐없이, 공강시간이나 쉬는 시간이 생기면 노트북을 열어 글을 썼다.
어렸을 때부터 독후감도 잘 썼다.
독후감을 쓰고 상을 받고, 글짓기대회를 나가기도 했다.
생각이 많았던 것이 아니다.
주제를 정해서 고민하고 고민해서 글을 써야 하지 않았다. 그냥 손가락에서 글자가 끊임없이 터져 나왔고, 일관성이나 맥락과 상관없이 그냥 끄적끄적... 말 그대로 끄적거림이었다.
그래서 블로그에 항상 많은 글을 쓸 수 있었다.
주변에서는 글 하나를 쓰는데 몇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나는 왜 그런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냥 쓰면 되는 거 아냐?' '일단 써봐' '써보면 어렵지 않아'라고 밖에 해줄 말이 없었다. 어렸을 적부터 막힘없이 글을 썼기 때문에, 내가 글을 잘 쓴다는 아니다. 글을 잘 쓰기보다는 그냥....... 계속 적어 내려 가는 타입에 속했다.
내가 소개한 글을 봤다고... 나를 글로 먼저 알게 된 사람들을 우연하게 그리고, 당연하게 만나게 되었다.
처음에는 조금 민망했고, 조금 부끄러웠는데... 속으로는 반가웠다. 내 글을 ... 누군가는 정보를 얻기 위해서, 검색해서 찾아냈다는 것이 좋았다.
맛집리뷰, 가게 리뷰 같은 것으로 나의 글이 노출되었고,사람들이 나에게 다가왔다.
20대 후반에는 나는 파워블로거가 되었다.
원하는 곳으로 무료로 음식을 먹고,
촬영을 하고 리뷰를 하고 홍보를 했다.
가고 싶은 페스티벌을 소개하면, 협업제의가 메일로 왔고, 페스티벌 입장 티켓도 무료로 받을 수 있었다.
미용실, 에스테틱, 뷔페, 레스토랑.... 많은 곳들을 다녔다. 돈을 벌만큼은 안 되었지만, 인생에서 부족함 없이 즐길 수 있었다.
아마도 나는 인플루언서가 되었을지도 모르는 인생의 중반에 서있던 것 같다.
뿌듯했다.
'내가 그래도 잘하는 게 하나 정도는 있는 건가?'라고 생각했다........ 재능은 아니지만, 그래도 보통의 사람들보다는 조금 더 조금 더 나은 정도일 것이다.
나는 무언가 하나 특출나게 잘하는 게 없었다.
그래서... 글을 통해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사람들이 나를 찾기 시작하고, 내가 할 수 있는 것보다 더 잘하는 것처럼 보이는 게 너무 기분이 좋았다.
블로그에 글을 쓴다는 건, 그냥 취미 같은 것이었다.
그냥 글을 쓰고 무언가를 기록하는 것이 좋았다.
그래서 블로그를 오래도록 운영해 왔던 것 같다.
블로그를 떠나게 된 계기는 아주 단순했다.
그것은 '권태'...
흔히 말하는 '블태기(블로그권태기)'
나 역시 그랬다...
노트북을 열고 블로그에 접속하는 게 싫었다.
방문자수로 평가받는 것이 아닌데,
언젠가부터 잘해야 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상단노출이 반드시 되어야만 했고,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야 한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사진 15장 이상.
글 최소 1,500자 이상...
언젠가부터 정해진 네이버 마케팅 노출 최적 조건들이
내 발목을 잡았던 거 같았다...
억지로 사진을 올리고
글 사이사이 그림이 있어야 가독성이 좋다는 규칙을 따라가면서.............
아마도 그래서였을까?
글 쓰기가 재미없어진 것이...
10년이 넘는 동안 블로그를 쓰면서
진짜 사람들이었던 댓글이...
언젠가부터
업체들로 보이는 아이디로 팔로우가 생겼고,
상업적인 블로그들의 '이웃해요', '소통해요' 같은 반복적인 문구만 댓글창에 가득해지기 시작했다.
내 블로그를 찾는 사람들은
진짜 나의 글이 좋아서 온 사람들보다는 블로그 활성화를 위한 광고로봇들이었다.
끝이 보였다.
지겨웠고, 반복의 연속이었고,
귀찮고, 모든 게 싫어진 순간이 다가왔다.
그렇게 나는 블로그와 멀어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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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답게 글을 쓰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브런치북에서 나다운 글을 쓰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