짠 내를 품은 바람이 노을 쪽에서 불어옵니다.
자동차 경적이 끊임없이 울리고 공터마다 부수고 깨고 다시 쌓는 소리 들립니다. 분주하게 직조되는 소리에 섞여 지상에 있는 것들은 수시로 몸을 틀며 시간을 썰고 말려서 담아두곤 합니다.
돌과 나무와 온갖 숲의 정령들이 살진 비늘을 남김없이 털어냅니다. 잡힐 듯 말 듯 아득한 달빛을 훔치며 어둠을 감고 불을 살라 허공을 향해 몸을 던집니다.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가무는 이렇게 냉정하고 처연합니다.
서러움도 버리고 그리움도 지웁니다. 가진 것은 없으나 부족할 것도 없이 맨살로 적진 깊숙이 파고듭니다. 칼바람을 지나고 폭설의 강을 건너 긴 밤 단단한 구슬 하나 품습니다.
그렇게 한 계절을 질척이던 골목마다 잔설이 그리워지면 연노랑 날개를 달고 가벼이 봄 길을 나서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