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완벽주의라는 덫에 갇힌 뇌

by 테라

1. 선생님, 망쳤어요 안 할래요.

미술 시간이 되면 유독 연필을 쥐고 주저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일곱 살 서아는 밑그림을 그리다 선이 조금만 삐뚤어져도 지우개로 종이가 찢어질 때까지 벅벅 문지릅니다.

그러다 결국 "선생님, 망쳤어요. 저 안 그릴래요"라며 연필을 던져버리고 맙니다.

블록을 조립할 때도 잘 맞춰지지 않으면 금세 짜증을 내며 흩어버립니다.

서아 어머니는 "집에서는 항상 똑똑하다, 그림 천재다 라며 최고로 칭찬해 주는데 밖에서는 왜 이렇게 자신감이 없는지 모르겠어요"라며 답답해했습니다.

하지만 서아를 멈추게 한 것은 낮은 자존감이 아니라

아이러니하게도 부모님의 그 결과 중심적인 극찬이었습니다.


2. 천재라는 칭찬이 뇌에 씌운 굴레.

우리 아이 기를 살려주기 위해 부모님들이 흔히 하는 칭찬이 있습니다.

'우리 딸 정말 똑똑하네, 한 번에 해내다니 천재 아니야?' 같은 말들입니다.

이런 칭찬을 듣고 자란 아이의 뇌는 똑똑함과 완벽한 결과를 자신의 정체성으로 삼게 됩니다.

문제는 아이가 살면서 반드시 실패나 실수를 마주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결과에 대한 칭찬만 먹고 자란 아이는 자신의 작은 실수를 성장의 과정이 아니라,

똑똑한 나의 정체성이 무너지는 치명적인 위협으로 받아들입니다.

뇌의 공포 중추인 편도체가 맹렬하게 사이렌을 울리고,

아이는 내 실패가 들통나느니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는 쪽을 택합니다.

완벽하게 해내지 못할 바엔 안 하는 것이 뇌의 입장에서는 가장 안전한 방어 기제이기 때문입니다.



3. 캐럴 드웩의 마인드셋과 뇌의 오류 경보기.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의 심리학자 캐럴 드웩 박사는 '사람의 능력은 태어날 때부터 정해져 있다'라고 믿는 뇌의 상태를 고정 마인드셋이라고 불렀습니다.

실제로 뇌파 검사 연구를 보면,

고정 마인드셋을 가진 아이들은 문제를 틀렸을 때 뇌에서 오류 경련이라고 불리는 극심한 스트레스 파동이 일어납니다. 이 파동은 아이의 주의력을 온통 내가 틀렸다는 사실 자체에만 집착하게 만들어, 정작 왜 틀렸는지 분석하고 다시 도전할 전두엽의 기능은 완전히 꺼버립니다.

실패를 두려워하는 아이의 뇌는 호기심 가득한 탐색 모드가 아니라, 언제 내 약점이 들킬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생존 모드에 갇혀 있는 셈입니다.


4. 뇌가 춤추게 하는 마법의 단어, 아직.

도화지를 찢어버리거나 도전을 멈춘 아이를 다시 뛰게 하려면, 부모는 결과가 아닌 과정에 돋보기를 들이대야 합니다. '똑똑하네'라는 말 대신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칠해보려는 모습이 멋지다'처럼 아이의 통제권 안에 있는 노력과 전략을 칭찬해 주는 것입니다.

이것을 성장 마인드셋이라고 합니다. 이 마인드셋을 가진 뇌는 실수를 했을 때 편도체가 흥분하는 대신,

전두엽이 활성화되어 다음엔 어떻게 다르게 해 볼까라는 전략을 세웁니다.

아이가 좌절할 때 "못하는 게 아니야. 아직 안 해본 방법이 있을 뿐이야"라고 아직이라는 마법의 단어를 덧붙여 주세요. 이 단어 하나가 아이의 뇌를 실패의 공포에서 구출해 다시 세상을 향한 탐험의 닻을 올리게 해 줄 것입니다.




[선생님, 이게 궁금해요]


Q. 아이가 지는 걸 너무 싫어하고 울어서, 집에서 보드게임을 할 때마다 부모가 일부러 져주고 있습니다.

이렇게라도 이기는 경험을 줘야 자신감이 생기지 않을까요?

A. 당장 아이의 울음을 멈출 수는 있겠지만, 뇌 발달 측면에서는 매우 위험한 처방입니다.

집에서 항상 이기기만 한 아이는 바깥세상에서 피할 수 없는 진짜 패배를 겪었을 때 그 충격을 견딜

마음의 근육이 전혀 없습니다. 부모는 실패를 가장 안전하게 연습할 수 있는 최고의 파트너가 되어야 합니다.

게임에서 이기고 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는 것을 알려주시고, 부모가 졌을 때 아쉽지만 정말 재밌었다.

다음엔 다른 작전으로 해봐야지라며 실패를 건강하게 수용하고 털어내는 롤모델이 되어주세요.




[엄마표 뇌과학 솔루션]


결과 칭찬을 과정 칭찬으로 번역하기

무심코 던지는 똑똑하다, 잘한다는 칭찬은 뇌를 결과에 집착하게 만듭니다.

오늘부터 부모님의 언어를 아이의 뇌를 춤추게 하는 과정의 언어로 번역해 보세요.


실천 방법

결과를 칭찬하고 싶을 때 잠시 숨을 고르고,

아이가 그 결과를 내기 위해 거쳤던 행동을 구체적으로 묘사해 줍니다.

'100점 맞았네 천재야' 대신 '어려운 문제였는데 끝까지 고민해서 풀어냈구나'
'그림 진짜 잘 그렸다' 대신 '노란색과 파란색을 섞어서 칠할 생각을 하다니 놀라운걸'
'블록 멋지게 쌓았네' 대신 '무너졌는데도 화내지 않고 다시 차분하게 쌓아 올린 점이 제일 멋져'



뇌과학적 원리

뇌과학적 원리 과정과 노력을 구체적으로 인정받을 때, 아이의 뇌는 성공의 원인을 나의 노력이라는 통제 가능한 요인으로 연결 짓습니다. 이때 분비되는 도파민은 결과가 완벽할 때가 아니라, 내가 어려운 과정을 뚫고 나아가고 있을 때 더 강력하게 뿜어져 나옵니다. 과정을 칭찬받은 아이의 전두엽은 새로운 도전을 마주했을 때 두려움보다 도파민이 주는 짜릿한 기대감을 먼저 떠올리게 됩니다.


뇌과학적 근거

미국 미시간 주립대학교의 신경과학자 제이슨 모저 박사 연구팀은, 고정 마인드셋 즉 완벽주의나 결과 중심의 사고를 가진 사람과 성장 마인드셋 즉 과정 중심의 사고를 가진

사람의 뇌가 실수를 마주했을 때 어떻게 다르게 반응하는지 뇌파를 측정했습니다.

인간의 뇌는 실수를 하는 순간 두 가지 뇌파를 순차적으로 내보냅니다.

첫 번째는 아차, 틀렸구나 하고 무의식적으로 빠르게 알아채는 깜짝 알람 신호이고(오류 관련 음전위),

두 번째는 왜 틀렸지? 어떻게 고치면 될까? 라며 실패를 분석하고 의식적인 주의를 기울이는 해결사 신호입니다.(오류 관련 양전위).

실험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넌 똑똑해라는 결과 칭찬을 주로 듣고 자라 실수를 두려워하게 된 뇌는, 첫 번째 뇌파만 강하게 울릴 뿐 배우고 수정하려는 두 번째 뇌파는 거의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자신이 틀렸다는 사실 자체에만 극도의 스트레스와 공포를 느낄 뿐, 정작 문제를 해결하고 성장하려는 뇌의 회로는 아예 꺼버린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선 하나가 삐뚤어졌다고 도화지를 박박 찢어버리는 아이의 뇌에서 벌어지는 일입니다.

반면, 끈기 있게 노력했구나라는 과정 칭찬을 듣고 자란 아이들의 뇌는 실수를 한 직후 두 번째 뇌파가

뇌 영상 화면에서 아주 붉고 환하게 타올랐습니다. 실패를 숨기거나 도망치지 않고, 오히려 새로운 학습의 기회로 삼아 전두엽을 맹렬히 가동하고 있다는 명백한 물리적 증거였습니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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