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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더 필요해요.

11월 1주, 금요일

by thera 테라

아이들의 즐거운 하루를 위해,

선생님들은 1년이라는 시간 안에서 월마다 주제를 정하고, 다시 주단위로 이는 일단위로 더욱 세분화되어

준비를 합니다.


보통 아침은 자유놀이로 시작해 친구들의 등원이 다 이루어지면 동그랗게 모여 앉아 인사를 시작으로 오늘의 활동을 안내합니다.


"자~ 모여라, 모여라.. 우리 00반 모여라~"

반 마다 함께하는 언어약속에 따라

선생님 앞으로 동그랗게 모여드는 아이들, 그런데 한 친구는 여전히 자유놀이가 한창입니다.


"00야~ 우리 이제 모여서 인사할까?"

"00야, 빨리 와~"

친구들의 재촉에도 미동조차 하지 않고 종이 가득 그림을 그리고 꾸미는데 열중입니다.


"00야~~" 아이들은 긴 기다림을 참지 못하고 한두 명의 목소리는 이구동성 큰 소리로 교실 안 울려 퍼집니다.

아이는 울먹거리며 말합니다.


"나 시간이 더 필요해요~"


아이들의 원성을 멈춤하고 아이에게 다가갑니다.

선 하나하나, 꼼꼼히 색칠하고 알록달록 표현하고 있는 그림들엔 자신만의 표현들이 가득 담겨 있는 듯합니다.


"그래, 네가 다 그릴 때까지 기다릴게, 정말 멋진 그림이네"

"그런데, 우리 친구들이 모두 기다리고 있으니까 조금만 서둘러 줄 수 있을까?

시간이 많이 필요하면 이따가 점심시간에 마무리할 수도 있을 거 같아."


아이의 불안했던 눈빛은 반짝임으로 변했고,

다시 친구들에게 돌아가 인사와 손유희를 즐기고 있는 사이,

스스로 그림을 마무리하고 친구들의 옆자리에 앉으며 오늘의 활동을 준비합니다.


아이의 눈빛으로 '다 마무리했니?'라는 무언의 인사를 나누고 즐거운 손유희를 다시 이어갑니다.


오늘 아이에게는

'자기만의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그 시간을 존중받은 아이는 자신의 몰입과 완성감을,

자신의 그 욕구와 성취감을 ,

기다려준 이들에게 신뢰감을 느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신뢰는 '나는 존중받는 존재야'라는 깊은 자존감으로 이어지겠지요.





유아기는 자아가 형성되는 결정적인 시기입니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다양한 활동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세상과 관계를 맺으며

'나는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감각을 키워갑니다.

그 과정에서 아이가 느끼는 몰입의 시간은 단순한 놀이를 넘어, 자기 존재를 확인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아이가 놀이에 깊이 빠져 있을 때, 그 시간은 그저 '놀이 중'이 아니라 '자기 자신과 연결된 순간'일 수 있습니다. 이때 선생님이 아이의 몰입을 중단시키거나 재촉한다면, 아이는 자신의 감정과 욕구가 존중받지 못했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아이의 '시간이 더 필요해요'라는 말은 단순한 고집이 아니라, 자기표현의 시작입니다.

그 표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기다려주는 선생님의 모습은 '나는 소중한 존재'라는 감각을 심어주고 이는 자존감의 기반이 됩니다. 아이는 자신의 리듬이 존중받았다는 경험을 통해 내면의 안정감을 얻고, 타인의 관계에서도 신뢰를 형성하게 됩니다.


교실은 함께 활동하는 공간이지만, 모든 아이가 같은 속도로 반응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선생님은 집단의 흐름을 유지하면서도 개인의 리듬을 존중하는 유연한 조율자입니다.

아이가 몰입하고 있는 활동의 의미를 이해하려는 노력, 충분한 예고와 마무리 시간을 제공하는 배려, 감정을 판단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모습은 모두 존중의 실천입니다.


이러한 경험은 아이에게 단순한 배려를 넘어, 존재의 가치를 인정받는 경험으로 남습니다. 그리고 그 경험은 자존감이라는 깊은 뿌리를 아이의 마음속에 내려주게 됩니다.

아이의 시간은 흐름이 아니라, 자라나는 공간입니다. 그 시간을 지켜주는 선생님의 기다림은 아이의 성장을 돕는 가장 따스한 교육입니다.





함께 생각해 볼까요?


ㅣ 우리는 아이의 몰입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얼마나 자주

기다림을 선택하고 있나요?


ㅣ 오늘, 아이 한 명 한 명의 속도에 조금 더 마음을 함께

한다면, 어떤 변화가 시작될까요?

ㅣ 집단활동을 위해 아이의 시간을 기다려주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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