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4주 금요일
그림책 활동 시간,
오늘의 책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물들이 등장하는 이야기였습니다.
숲속 친구들이 차례차례 등장하는 가운데 늑대가 나타나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너도 나도 '우~ 어흐~'하며 늑대 흉내를 내며 이야기를 즐겼지만,
한 아이는 늑대가 나오는 장면의 책을 펼치는 순간 울음을 터트리며 그곳을 빠져나가려고 빠른 속도로 문앞으로 달려나갔습니다.
눈물을 쏟아내는 아이의 눈가를 닦아주고 안아주며
"늑대가 무서웠어?" 이 말 한마디에 아이는 자신의 두려움을 알아주었다는 생각에 선생님 품에 안겨 안도감을 갖는 듯 했습니다.
시각적으로 예민한 어린이들이 있습니다.
강한 색감, 날칼운 선, 특정한 표정이나 눈빛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그 친구에게
그림책 속 등장하는 늑대의 눈은 매우 위협적으로 느껴졌던 것입니다.
이럴 때 그 친구에게 어떤 이야기를 나눠주어야 좋을까요?
귀가 길, 친구들 모두 인사를 나누며 신발을 찾아 신발장 쪽으로 총총총 걸어가는 길,
한 아이는 문앞에 서서 친구들의 뛰어가는 뒷모습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아이에게 다가가니
작은 손을 내밀어 함께 가자고 재촉합니다.
이럴 때 그 친구에게 어떤 이야기를 나눠주어야 좋을까요?
"무서운 거 아니야, 뭘 그런걸 가지고 무서워 해?"
"괜찮아, 괜찮아. 다른 친구들은 아무렇지도 않아하잖아, 너도 해봐"
흔히 건네는 격려와 용기라 생각하는 우리의 말이
감각적으로 예민한 어린이에게 과연 그대로 전달이 되는 걸까요?
감정은 때로 시각을 따라, 때로는 냄새를 따라, 때로는 청각을 따라
아이의 내면 깊은 곳에서 올라옵니다.
우리는 그 감정을 해석하려 하기전에 함께 머물며
그 감정이 지나갈 수 있도록 조용히 기다려주거나, 함께 동행해주는 역할자였으면 좋겠습니다.
3세에서 7세의 유아기 아이들은 세상을 감각으로 받아들이고 감정을 몸으로 표현합니다.
눈에 보이는 것, 귀에 들리는 것, 코로 맡는 것.
그 모든 자극은 아이의 마음에 직접 닿습니다.
특히 이 시기의 아이들은 시각적 자극이나 소리, 냄새, 청각 같은 감각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그 감각을 통해 세상을 해석하고 감정을 만들어 갑니다.
늑대 그림의 눈빛 하나에도 자신을 향한 위협을 느끼고,
복도를 지나는 길에도 불안과 두려움을 품을 수 있기에
그 감정은 어른의 눈엔 작아 보일 수 있지만,
아이의 세계에선 아주 큰 파도입니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자기 감정을 인식하고 표현하는 능력을 조금씩 배워가는 중입니다.
'무섭다, 두렵다'라는 말은 그 배움의 첫 걸음이자, 자신의 마음을 꺼내는 용기입니다.
우리들은 그 감정을 해석하거나 조율하려 하기보다 그저 함께 머물며, 그 감정이 지나갈 수 있도록 조용히 기다려주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감정을 꺼내고, 받아들여지고, 그 안에서 안도감을 느끼는 경험은 아이에게
'내 마음은, 내 감정은 소중해'라는 메시지를 남깁니다.
그 메시지는 아이의 자존감이 되고, 세상을 향한 신뢰가 됩니다.
아이가 감각적으로 불편함을 느낀 순간이 있었나요? 있다면 언제였나요?
감각에 민감한 아이를 위해 내가 조율해줄 수 있는 환경은 어떤것이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