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5주, 월요일
작은 손이 스스로 신발을 신으려 애쓰는 귀갓길.
버벅거리는 손끝, 삐뚤어진 벨크로.
다른 친구들은 이미 신발을 신고 선생님 앞으로 한 줄 기차를 하고도 남았는데,
한 친구의 손길은 한참이나 제자리입니다.
기다리는 친구들의 눈빛과 귀가차량 탑승시각이 다가오고 있어 선생님은 배려의 손길을 건네려 합니다.
하지만 도움의 손길이 닿기도 전에
"내가 할 거야"
강한 어조로 선생님의 손을 뿌리칩니다.
그 작은 손길의 뿌리침이 참 맵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맵다는 감정 속에는
'스스로 해내고 싶은 마음'이라는 단단한 씨앗이 들어 있습니다.
도와주고 싶은 마음을 잠시 접고, 그 손끝을 바라보는 시간.
삐뚤어진 벨크로를 다시 붙이고, 신발의 혀를 꺼내어 정리하는 그 모든 과정은 아이에게는 하나의 도전이고, 선생님에게는 하나의 기다림입니다.
마침내 제자리만 같았던 신발 신기는 완성되었고, 아이의 자기와의 실랑이도 끝이 났습니다.
조금전 매섭던 손길은 어디 가고 아이의 얼굴에는 해냈다는 성취감이, 선생님 손을 잡는 손길에는 따스함마저 감돕니다.
누군가의 손길 없이도 스스로 해내고 싶다는 마음.
그 마음은 아직 서툴고 느리지만, 그 안에는 '나도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자라고 있습니다.
선생님은 그 믿음을 키우는 공간이어야 합니다.
시간이 조금 늦어져도, 줄이 잠시 흐트러져도, 그 순간을 지켜봐 주는 따스한 눈빛과 기다림이 아이의 자율성을 지켜주고 키워주는 울타리가 됩니다.
오늘의 귀갓길은 조금 더디었지만,
아이의 마음은 조금 더 단단해졌습니다.
그렇게 관계는 자라납니다.
도와주는 손길보다, 기다려주는 눈빛에서..
유아기의 자율성은 단순한 '혼자 하기'의 기술이 아니라,
자기 결정권을 경험하고 확장해 가는 심리적 기반입니다.
아이들은 스스로 선택하고 시도하는 과정에서 자기 효능감을 키우고, 실패와 성공을 모두 경험하며 도전의
의미를 배워갑니다.
이 시기의 선생님은
'도와주는 사람'이기보다 '기다려주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시간이 조금 늦어져도, 보기에 답답함이 느껴져도, 아이의 선택을 존중하고 그 시도를 지켜봐 주는 태도는
자율성 발달에 결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특히 귀갓길처럼 시간과 안전이 중요한 순간,
아이의 '내가 할 거야'라는 말은 관계의 신뢰를 시험하는 순간이 됩니다.
그 말을 존중받은 아이는 자신이 선택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되고, 그 믿음은 교사와의 관계를 더 깊고
단단하게 만듭니다.
도움보다 기다림이, 속도보다 존중이 아이의 자율성과 도전을 키우는 가장 중요한 교육적 환경입니다.
* 도움을 주는 것과 기다려주는 것 사이에서 나는 어떤 선택을 하고 있었을까요?
* 오늘 하루,
나는 아이의 도전을 얼마나 존중해 주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