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와 울음, 그리고 간호사의 시작
---
낯선 밤, 응급실의 공기
입사한 지 한 달이 다 되어갈 무렵, 드디어 첫 나이트 근무를 앞두고 있었다. 출근까지는 아직 한 시간이 남았고, 친구들은 장난 섞인 격려를 보냈다.
“마계 간호사로 입문하는 거네?”
타지에서 멘땅에 헤딩하듯 일하는 나를 위로하면서도, 웃으며 긴장을 풀어주려는 말들이었다. 하지만 마음속에는 기대와 두려움이 동시에 뒤섞였다. 오늘 밤, 과연 어떤 풍경을 보게 될까.
병원에 도착해 물품 인계와 환자 인계를 받고, 평소처럼 업무를 이어갔다. 낮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달라진 게 있다면 하루 동안 사용한 물품을 청구하고, 멸균 의뢰를 맡기는 정도였다. 적어도 출근 후 두 시간 동안은, ‘첫 야간 근무’라는 특별함이 무색할 만큼 차분했다.
그러나 그 평온은 오래가지 않았다.
---
술 취한 환자와 보호자의 난동
그날 나는 이브닝 근무 간호사에게서 술에 취한 중년 여성 환자를 인계받았다. 평범한 취객 환자라고 생각하며, ‘오늘 첫 야간 근무는 무사히 지나가겠지’ 하고 안도했다.
그러나 잠시 후 응급실 문이 두드려졌다. 중년 즈음의 한 남자가 환자의 이름을 대며 동생이라고 말했다. 연락도 닿지 않았던 상황이었지만, 가족이라는 말에 나는 그를 안으로 들여보냈다.
그 순간부터 응급실은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었다.
남자는 환자 앞에 서더니 “이렇게 술만 계속 마시고 그러면 나도 죽겠다!”라고 소리쳤다. 이어 침대 난간을 붙잡고 자기 머리를 있는 힘껏 부딪치기 시작했다. 둔탁한 소리가 응급실을 울렸고, 이내 바닥에는 붉은 피가 번져갔다.
간호사와 나, 그리고 의사 선생님까지 달려들어 그를 붙잡았다. 가까스로 제압해 밖으로 끌어내고 의자에 앉혀두었을 때, 숨이 가쁘게 몰아쉬어졌다. 나는 손에 쥔 소독용 티슈로 바닥에 번진 피를 닦고 있었다. ‘내 첫 야간근무가 이렇게 시작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하지만 상황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환자를 확인하려 들어가니, 술에 취해 거동조차 어려운 중년 여성 환자가 이미 침대에서 내려와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이고… 동생 아프면 안 되는데…”
몸을 가누지도 못한 채 웅크린 그녀의 모습은, 아까의 난동보다 더 가슴을 저리게 했다. 술에 취한 두 남매가 서로에게 던지는 절망스러운 말과 행동이, 차갑게 불 켜진 응급실 안을 더 비극적으로 만들었다.
잠시 후 경찰이 도착했다. 과장님은 한숨을 내쉬며 난동을 부린 남동생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담담하게 말했다.
“머리 다쳤으면 접수하세요. 진료받으시려면 절차 밟으셔야 합니다.”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마음속으로 ‘이게 프로구나’ 싶었다. 방금 전까지 몸싸움까지 있었는데도, 순식간에 의사로서의 태도로 돌아와 그렇게 말할 수 있다니.
나는 여전히 바닥에 엎드려 소독 티슈로 피를 닦고 있었다. 난동 사건 한가운데에서 제대로 대처하지도 못하고, 그저 얼어붙은 채 움직이지 못하는 어린아이 같았다. 그날의 신고식은, 나를 철저히 무력하게 만들었다.
---
신고식이 남긴 것
그땐 어렸다. “퇴사할까?”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그 사건은 나에게 큰 충격이었다. 동시에 깊은 무력감도 느꼈다. 내가 덩치가 더 컸더라면, 법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범위를 잘 알았더라면, 그때 상황을 조금 더 잘 대처할 수 있지 않았을까.
그날의 소리, 난동을 부리던 남자를 뒤에서 붙잡아 끌고 나갔던 순간이 아직도 선명하다. 겨드랑이 사이로 팔을 넣어 간신히 제압하던 감각까지도.
돌아보면, 그 경험이 오히려 초반에 있어서 다행이었는지도 모른다. 앞으로 마주해야 할 수많은 사건들 앞에서, 나는 조금 더 단단해져야 했다. 그날의 신고식은 두렵고 무력했지만, 동시에 간호사로서 감정적으로 더 강해질 수밖에 없는 계기가 되어주었다.
---
마무리
첫 야간근무의 피와 울음은, 내 간호사의 출발점이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