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터클 황금향]
마흔을 갓 넘긴 해,
내 인생에는 스펙터클 하나쯤은 필요했다.
아마 그해,
많이 좋아했던 한 남자와의
마지막 연애가 끝난 뒤였을 것이다.
복잡한 감정이
소용돌이처럼 휘몰아치고,
더 이상의 연애도, 관심도
서서히 꺼져가던 그즈음
모든 것이 무의미해졌다.
그동안 공들여 쌓아 올린 일들마저
어느 날부터인가 재미가 없어졌다.
내 열정은 식은 커피처럼
테이블 위에 덩그러니 놓여 있었고,
매일 반복되는 일상은 그저 지루하기만 하다.
그땐 몰랐었지만
아마도 늦은 나이에 맞은
이별의 후폭풍이 아니었을까.
나는 생각했다
사랑보다
지금보다 더 큰 무언가가
나를 한 번쯤은 세게 흔들어야 한다고.
그 해 겨울
우연히 거울 속의 나를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눈가엔 잔주름이 얇게 자리 잡았고
흰머리는 뿌리에서 조용히 올라오고 있었다.
어느새 나도 참 많이 늙었구나..
거울 속 비친 내 모습을 바라보며
스스로에게 묻는다.
너는 반복되는 삶이 지루했던 걸까.
아니면 늙어가는 시간 앞에서
무릎 꿇기 싫었던 걸까.
어쩌면 나는
지루한 삶을 핑계 삼아
괜히 더 큰 스펙터클을 찾아
젊은 나를 증명하고 싶었던 건지도 모른다.
아니,
조금 더 솔직해지자면
어쩌면 나는‘마지막 사랑’이라 믿었던 현실 앞에서 잠시 도망치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결혼도, 사랑도,
제대로 해내지 못한 채
어느새 주름과 마주한 거울 앞에서..
사랑을 잃어버린 겨울 앞에서..
나는 더
스펙터클한 반짝임으로 새로운 나를
증명하려 그렇게 찾아 헤맸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헤맴의 끝에서 만난 것이
바로 나의 황금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