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의 순간 ep.0

아빠는 좋은 사람이자 나쁜 사람이 되었다.

by 정원

때때로 나에게 아빠를 향한 앙심이나 서운함이 있었는지, 그게 무엇이었는지 골똘히 생각해 보곤 했다.

아주 미미할지라도 조금이라도 미워했던 마음이 남아 있어야 아빠를 사랑하기도, 때론 미워하기도 하며 살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그리워하고 사랑하는 감정만으로 버티는 하루는 늘 버거웠기에 아빠에 대한 애정을 덜어낼 구실이 필요했다.


그리고 아빠를 조금이라도 미워하려 했던 내 시도는 언제나 실패로 돌아갔다.


아빠의 빈자리는 모두가 그리워하고 안타까워했다.

아빠와의 추억을 반추하는 우리들은 세상 착하고 좋은 사람이 먼저 떠났다고, 참 착하고 좋은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아빠는 높은 지위와 부를 영위하진 못했으나 그럼에도 여전히 아빠를 사랑하고 존경하는 나와 가족들이 남았다.


항상 좋은 사람이었으나 남은 가족들과의 추억을 더는 쌓지 못한 채 말없이 먼 길을 홀로 떠나버렸다는 점에서 아빠는 때론 나쁜 사람이 되었다.

해주고 싶었던 게 참 많았고,

해주지 못한 말들도 너무 많았는데 아무것도 받지 않은 채,

더는 듣지도 못한 채 시린 아픔에 홀로 고생했던 아빠는 좋은 사람이자 나쁜 사람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