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닦을 힘

다 귀찮아

by 도씨


다른 사람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를 닦는데에도 기운이 필요하다.

구석구석 닦다보면 팔이 아파 피곤하다.


칫솔을 내려놓고 한숨을 돌린다.

그리고 지친다.

몇 번을 정신차려정신차려 되뇌이고 다시 닦는다.


아무 생각없이 해도 되는 사소한 일상의 한 부분인데 지친다.

스스로를 씻기고 먹이고 입히는게 왜그리도 힘든지..


샤워를 할때에는 제법 큰 용기가 필요하다.

도합 세시간정도 걸린다.

씻는데 20분, 생각하고 망설이고 맘의 준비를 하는데 나머지 몇시간..


내 마음이 어떻든, 기운이 있건 없건

필수적으로 해야만 하는 일상이 사람으로 살려면 너무 많다.


누구도 시키지 않았는데

살아 숨쉬니까 해야만 하는 일들.


먹지 않으면 죽으니까

씻지 않으면 드러우니까

입지 않으면 추우니까..


왜 이럴까 생각해봤는데

어려서부터 그랬다.


좋아하는 일은 밤을 새워가면서도 하지만,

나를 소중히 여기고 일상을 제대로 꼼꼼히 살아가는데에는 재주가 없었다.


이런것도 타고나는걸까?


엄마는 깨어있으면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 부지런한 타입이었다.

힘들다 하면서도 밥을 짓고 , 힘들다 하면서도 화분을 가꾸고, 힘들다 하면서 청소를 한다.


단 둘이 살다 엄마가 돌아가셨을때

가장 먼저 들리지 않는게 엄마의 바쁜 인기척과 걸음 소리였을 정도였다.

빈 집.


반면에 나는 내내 누워있고, 내내 잠만 자도 그 일만큼은 지치지 않는다.

날 아는 사람에겐 거북이나 나무늘보나 잠만보란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어쩌면 사람에겐 움직이고 부지런 할 수 있는 에너지의 총량이 있고,

그것이 다르게 주어졌다는 생각도 했다.


누워있는 일 외에 다른 것은 재미가 없었다.

그냥 눈뜨고 살아있는 거 자체가 재미없고, 흥미가 없어서인 것도 같다.

남들에게 일상처럼 꺼내쓰는 에너지가 나에겐 없다.


정말이지 없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열심히 살지는 못하고,

그냥 살아 있는 쪽을 택한다.


몸이 살아있어, 몸이 생명이 남아, 몸의 세포들이 부지런해서

그나마 아가미를 벌리고 뻐끔뻐끔 숨을 쉰다.


이토록 일상이 버겁다니 스스로도 답답할 노릇이다.


하지만 이제 스스로에 대한 이해가 조금 높아져 대충 산다.


대충 살거나, 열심히 살거나 피곤한 건 나에겐 마찬가지니까.


그러니 굳이 아둥바둥 악착같이 열심히 더 잘 살려고 애쓰지 않기로 한다.

그런건 성향상 지쳐 관둘 것이 뻔하니 말이다.


이를 닦는 데 기운이 드는 사람도 있고,

샤워를 하기 전에 몇 시간을 망설이는 사람도 있다는 걸
어느 누군가는 알아주겠거니.


남들처럼 부지런하지 못하다고 나를 나무라지 않는다.

어쩔 수 없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내려놓기로 한 것이다.

그게 나이먹음의 가장 좋은 일인 것 같긴 하다.


내려놓고, 받아들이고, 스스로를 탓하기 보단 이해하려 노력한다.


엄마처럼 부지런하게는 살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내가 잘못 살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거북이나 나무늘보처럼 다른 속도로, 다른 무게의 하루를 견디고 있을 뿐이다.


오늘도 이를 닦았다.
오늘도 씻었다.
오늘도 입고 먹고 숨 쉬었다.


이 정도면, 숨가쁘게 뻐끔뻐끔

충분히 잘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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