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에게 먹고 싶은 게 생겼다. “호박죽.” 그 단어가 그렇게 반가울줄은
동생은 매일 조금씩 말라갔다.
나는 뭐라도 입에 넣여보려고 애썼고,
엄마도 안절부절 못 했다.
하지만 아무리 애써도, 동생의 손끝은 식탁 위에 오래 머물지 못했다.
이제 내 일상의 기준은 바뀌어 있었다.
눈 뜨자마자 동생의 울음소리를 듣고,
하루에도 몇 번씩 터지는 분노와 짜증을 받아내는 것.
그게 ‘평범한 하루’였다.
그런 평번한 어느 날, 동생이 말했다.
“호박죽.”
나는 마치 복권에 당첨이라도 된 것처럼 소리쳤다.
“호박죽? 호박죽 먹고 싶어? 얼른 시켜줄게!
먹고 싶은 게 생긴 거 너무 잘한 거야, 진짜 잘했어.”
호박죽이 도착했고,
동생은 조심스레 한 숟갈을 떴다.
그리고 말했다.
“히히, 맛있다.”
그 웃음이 그렇게 고마울 줄 몰랐다.
마치 이유식을 처음 먹는 아기가
엄마의 눈을 바라보며 환하게 웃는 것처럼
그 순간, 나는 살짝 울컥했다.
그날 이후, 동생이 밥을 거부하면
나는 주저 없이 호박죽을 주문했다.
한동안 동생은 마치 호박죽에 중독된 것처럼
호박죽만 먹기도 했었다.
그리고 가끔은 웃었다.
그게 전부였다. 하지만, 그걸로 충분했다.
아픈 내 동생에게 ‘먹고 싶은 게 생겼다’는 건
살아보겠다는 작고 단단한 의지였다.
요즘도 가끔 생각한다.
‘호박죽 말고, 동생이 좋아하는 건 또 뭐가 있을까?’
‘어떻게 하면 또 한 번 웃을 수 있을까?’
이 자리를 빌려 호박죽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달콤하고 따뜻한 그 한 그릇이
날카롭고 차가웠던 하루 속
내 동생의 얼굴에 미소를 남겨줘서
정말 고맙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