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하루가 아주 괜찮게 흘러갈 때가 있다. 사람을 만나고 웃고, 나쁘지 않은 하루였다고 생각하며 집으로 돌아오는 날이다. 그런데 어떤 아주 작은 사건 하나가 들어온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일 수도 있고, 예상하지 못한 상황 하나일 수도 있다. 그 순간 마음의 균형이 아주 조금 기울어진다.
이상한 건 그 다음이다. 방금 전까지 분명 괜찮았던 하루가 갑자기 의미 없는 하루처럼 느껴진다. 오늘 하루의 즐거움이 사라지고, 심지어 과거에 좋았던 기억들까지 희미해진다. 마치 그 모든 것이 애초에 없었던 것처럼 느껴진다. 대신 어둠과 우울, 그리고 설명하기 어려운 외로움이 한꺼번에 밀려온다. 그럴 때면 세상이 갑자기 넓고 막막해진다.
그런데 조금 떨어져서 생각해 보면 그 감정에는 어딘가 작위적인 면이 있다. 분명 오늘 하루는 괜찮았고, 나의 과거에도 분명 좋았던 순간들이 있었다. 그런데도 어떤 사건 하나가 들어오면 마음은 그 모든 사실을 지워버린다. 그리고 마치 지금 느끼는 감정이 전체의 진실인 것처럼 믿어버린다.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사실이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어쩌면 감정이 만들어낸 착각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감정은 때때로 놀라울 만큼 설득력이 있다. 지금의 외로움이 마치 삶 전체의 분위기인 것처럼, 지금의 우울이 오랫동안 이어져 온 결론인 것처럼 느끼게 만든다. 하지만 사실은 그 반대일 수도 있다. 하나의 기분이 하루를 덮고, 하나의 해석이 기억들을 밀어내는 것뿐일지도 모른다.
살다 보니 조금씩 깨닫게 되는 것도 있다. 나를 가장 많이 괴롭히는 것은 언제나 타인이 주는 스트레스만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오히려 내가 내 머릿속에서 만들어내는 해석과 상상이 더 집요하게 나를 붙잡을 때가 있다. 어떤 사건 하나를 붙잡고 의미를 부풀리고, 그 감정으로 하루 전체를 다시 정의해버리는 순간들. 그때 나는 타인보다 나 자신에게 더 많은 압박을 가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요즘은 가끔 이렇게 생각해 보려 한다. 지금 느끼는 외로움이 전혀 틀린 감정은 아닐 수 있지만, 그렇다고 삶의 전체를 대표하는 진실도 아닐 수 있다고. 오늘 하루의 즐거움은 분명 존재했고, 나의 과거에도 분명 괜찮았던 순간들이 있었다고. 감정이 사실을 지워버리지 않도록, 외로움을 스스로 과장하지 않도록, 그 균형을 다시 떠올려보는 연습을 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