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참여 정책은 현장에 닿지 않는가-
참여는 옳다. 이 명제는 오늘날 정책 담론에서 거의 의심받지 않는다. 정부와 지자체는 정책을 설계할 때 시민 참여를 강조하고, 당사자의 목소리를 반영하겠다고 약속한다.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이자, 현장의 문제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당사자라는 점에서 참여 정책의 방향은 분명 타당하다
.
그런데 이상한 일이 반복된다. 참여를 확대하겠다고 할수록 참여율은 낮아지고, 가장 절실한 사람은 빠져나간다. 회의는 열리지만 늘 비슷한 사람이 참석하고, 설문은 배포되지만 응답은 제한적이다. 정책 문서에는 ‘의견 수렴’이 기록되지만, 현장의 체감은 달라지지 않는다. 참여는 확대되었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사람의 범위는 오히려 좁아지는 경우도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첫 번째 이유는 참여를 ‘절차’로 이해하기 때문이다. 행정의 관점에서 참여는 단계다. 공고를 내고, 회의를 열고, 의견을 받으면 참여는 완료된다. 그러나 시민의 관점에서 참여는 선택이다. 시간을 내야 하고, 자료를 읽어야 하며, 발언의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참여는 권리이지만 동시에 비용이 드는 행동이다.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사람, 돌봄을 맡고 있는 보호자, 하루 일과가 촘촘한 노동자에게 참여는 추가 업무에 가깝다. 참여는 좋은 일이지만, 공짜는 아니다.
정책은 설계자의 의도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정책은 현장에서 해석되는 순간 다시 만들어진다. 예를 들어 지역 정책 간담회가 평일 오후에 열리고, 자료는 행정 용어로 가득하며, 발언은 정해진 형식 안에서만 가능하다고 하자. 행정은 “참여의 장을 마련했다”고 말하지만, 시민은 “이건 나를 위한 자리가 아니다”라고 느낄 수 있다. 설계는 참여였지만, 해석은 배제일 수 있다. 참여 정책이 현장에 닿지 않는 이유는 이 해석의 간극에 있다.
최근 정부가 민생 현장을 강조하며 “국민이 체감하지 못하면 정책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표상 성과가 있어도, 생활에서 변화가 느껴지지 않으면 정책은 성공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참여 정책 역시 다르지 않다. 참여 구조를 만들었다는 기록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실제로 움직였는가다. 회의 참석률이 아니라, 그 회의 이후 무엇이 달라졌는지가 기준이 되어야 한다. 의견을 들었다는 보고서가 아니라, 결정이 바뀌었는지, 제도가 조정되었는지가 핵심이다.
두 번째 이유는 정책이 실패를 학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참여율이 낮으면 흔히 “홍보가 부족했다”거나 “시민 의식이 낮다”는 설명이 뒤따른다. 그러나 정작 묻지 않는 질문이 있다. 이 조건에서 참여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 선택인가. 참여하지 않은 사람들의 판단은 분석되지 않고, 구조는 그대로 유지된다. 실패의 비용은 개인에게 남고, 수정의 권한은 제도 위에 머문다. 참여 정책은 존재하지만, 실제 행동을 바꾸는 힘은 점점 약해진다.
여기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사람이 공무원이다. 행정 체계는 법령, 지침, 예산, 평가 지표라는 언어로 움직인다. 반면 시민의 삶은 시간, 생계, 감정, 관계라는 언어로 움직인다. 참여 정책이 현장에 닿지 않는 이유는 이 두 언어가 서로 번역되지 않기 때문이다. 시스템을 읽지 못하면, 참여는 형식으로 남는다.
정책을 다루는 공무원이 시스템을 읽고 설계할 때 상황은 달라진다. 참여율이 낮다는 숫자만 보지 않고, 왜 참여하지 않는지가 합리적 선택이 되었는지 분석한다. 회의 시간을 바꾸고, 온라인과 오프라인 방식을 병행하고, 자료를 쉽게 풀어 쓰며, 발언이 실제 결정에 어떻게 반영되었는지를 공개한다. 형식적 요건을 일부 완화하고, 현장 판단 범위를 넓힌다. 이런 조정은 작아 보이지만, 참여의 문턱을 낮춘다.
참여를 요청하는 정책은 많다. 그러나 참여가 가능하도록 조건을 설계하는 정책은 많지 않다. 참여는 선언으로 확장되지 않는다. 참여는 손해 보지 않는 구조에서 확장된다. 실패를 개인의 무관심으로 돌리는 대신, 제도의 설계 문제로 받아들이는 태도가 필요하다.
결국 정책은 태도의 문제다. 참여의 가치를 믿는 것과 참여가 작동하도록 설계하는 것은 다르다. 전자는 선언이고, 후자는 기술이다. 시스템을 읽고, 현장의 선택을 이해하고, 실패를 수정 신호로 받아들이는 공무원의 태도가 참여 정책의 성패를 가른다.
참여는 옳다. 그러나 참여는 저절로 작동하지 않는다. 참여 정책이 현장에 닿지 않는 이유는 시민이 움직이지 않아서가 아니다. 그들이 움직일 이유와 조건이 충분히 설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책의 성공은 좋은 취지에서 나오지 않는다. 현장의 선택을 바꾸는 설계, 그리고 그 설계를 계속 고칠 수 있는 태도에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