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두근거림 Jul 10. 2019

'나'스럽게 되기 위해

"감사합니다. OOO 조교입니다."


조교라는 직함을 갖게 된 지 벌써 일주일이 되었어요. 저는 출근을 한다는 것 자체가 주는 안정감에 매료되어 하루를 보내고 있어요. 업무시간 내내 바쁘다는 점과 낮은 급여는 근속 여부를 망설이게 하지만, 매일 같이 칼퇴근을 할 수 있는 조건은 오후 5시가 다가올수록 저를 뿌듯하게 해요.


하지만, 일을 하며 많은 에너지를 쏟아서일까요. 변화를 위한 도전에는 제동이 걸렸어요. 나쁜 습관들이 삶 전면에,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일제히 나타나서 제 계획을 뒤덮었거든요. 운동이나 글쓰기, 전공 공부를 차일피일 미루며 편안하고 익숙한 것들을 찾기에 바빴어요. 예능 프로그램이나 드라마를 찾아보고, 침대에 누워 핸드폰을 사용하느라 저에게 주어진 출근 전과 퇴근 후의 시간 대부분을 사용했어요.


기적이 일어났다고 믿으며 생활해왔어요. 단번에 저의 삶은 180도 바뀔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아니었어요. 마음을 먹는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었어요. 행동이 뒷받침 해 주지 않으면 생각만 앞설 뿐, 생활은 더욱 빈곤하고 궁핍해졌어요. 더 높은 곳에 있어야 될, 더 풍요로워야 될, 더 즐거워야 될 제가 하루에 고작 팔 굽혀 펴기 한 개조차 못 하고, 글 한 줄조차 못 쓰고, 전공책 한 장조차 못 읽으니 자괴감이 들었어요.  


물론, 긍정적인 효과도 있었어요. '기적'을 되뇔 때마다 목소리가 커지고, 표정이 다양해졌어요. 생각을 또렷하게 표현하기도 하고, 감정도 설핏 내비쳐볼 수 있었어요. 그러나 '기적'을 인식하지 않는 상황에서 저는 이전 모습으로 되돌아갔어요. 어눌한 목소리에 굳은 표정으로요.


퇴사를 하고 습관의 변화를 위해 노력했던 게 허사가 된 것 같았어요. 시간이 더 주어졌다면 바라던 대로, 원하는 모습으로 바뀌었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저는 취업을 선택했고, 새로운 습관이 자리잡지 못한 상황에서 세 번째 직장이라는 낯선 환경에 부딪치니 나쁜 습관들이 튀어나왔어요.


언젠가는 겪게 될 과정이었다고 생각해요. 단지, 새로운 행동이 습관으로 굳어지기 전에 또 다른 국면에 부딪쳤을 뿐이에요. 직업을 유지하며 새로운 습관들을 만들어가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을, 지금 저에게는 사회생활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것을 모름지기 알고 있어요.


출근을 위해 셔츠를 입다가, 잘못 끼운 단추들을 풀으며 생각했어요. 첫 단추를 구멍에 맞게 잘 끼워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어요. 그동안의 저는 첫 단추를 손에 쥐고 이렇게 끼는 게 맞는 것일까 고민하고, 단추를 잘못 끼운 걸 알면서도 풀었다가 다시 끼우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방관했어요.


이제 저는 알아요. 믿고 있는 대로 일단 끼워봐야 맞는 것인지 틀린 것인지 알 수 있다는 것을요. 또한, 잘못 끼운 단추를 풀어냄으로써 다시 끼울 기회를 얻게 된다는 것을요.


제임스 클리어는 저서 <아주 작은 습관의 힘>에서 말했어요. 새로운 행동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정체성 중심의 습관을 세워야 된다고요. 이는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집중하는 데서 시작한다고 해요. 과연 저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었던 걸까요. 운동이나 글쓰기, 전공 공부를 하면서요.


건강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매일 아침마다 피곤하다며 투덜 되지 않고, 퇴근 후에 좋아하는 활동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체력이 늘었으면 좋겠어요. 또, 글을 잘 쓰고 싶어요. 제가 보고, 생각하고, 느낀 것들을 깊이 있게 표현하며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상담사가 되고 싶어요. 이웃들의 어려움을 덜어주며 함께 성장하는 제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아요.


팔 굽혀 펴기를 해야만 하는 나 -> 체력이 넘치는 나 

- 글을 써야만 하는 나 -> 글로써 사람들과 연대하는 나

- 전공 공부를 해야만 하는 나 -> 상담사로서의 자질을 갖춘 나


이를 위해 저는 팔 굽혀 펴기 한 개를 하고, 글 한 줄을 쓰고, 전공책 한 장을 읽는 행동을 기꺼이 해낼 거예요. 오늘도, 내일도. 체력이 넘치고, 글로써 사람들과 연대하고, 상담사로서의 자질을 갖출 때까지요. 더 나아가 제가 바라는 모습으로 살아갈 때까지요.


여러분께서도 부디 어떠한 상황에 쳐해 있다 하더라도 '나'스럽게 되기 위한 노력을 소홀히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진실된 '나', 세상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기 위해 마음속에서 꿈틀거리는 '나'를 함께 찾아갔으면 해요.


자. 그러면, 준비되셨나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