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8 — 나를 살린 건 거창한 결심이 아니었다

by 멈춤의 일기장

올해를 돌아보면,
나를 지켜준 건 거창한 계획도,
인생을 바꾸는 결정적인 장면도 아니었다.


오히려
아무도 모르게 반복하던
아주 작은 루틴들이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창문을 조금 열어 두고
차가운 공기를 한 번 깊게 들이마시는 일,


하루에 한 번은
따뜻한 차를 마시며
핸드폰을 내려놓고
조용히 숨만 고르는 시간,


잠들기 전,
오늘의 마음을 한 줄이라도 적어보려는 습관.


이 작은 루틴들은
힘들다고 말하기 어려웠던 날들 사이에서
나를 간신히 붙잡아 주었다.


“그래, 오늘도 여기까지는 왔구나.”
그렇게 나를 확인해 주던 순간들이었다.


때로는
루틴을 지키지 못한 날도 있었다.
피곤하다는 이유로,
괜찮겠지 하는 마음으로
그냥 흘려보낸 날도 있었다.


그런 날이 이어지면
마음도 덩달아 흐트러졌다.
하루가 무너지는 건
언제나 작은 것에서부터였다.


그래서 나는
완벽하게 해내는 루틴이 아니라
다시 돌아올 수 있는 루틴을 만들고 싶었다.


잠시 놓쳐도
다시 이어 붙일 수 있는 것,
조금 흐트러져도
다시 돌아왔을 때
나를 반겨주는 자리 같은 것.


올해 나를 살린 건
결국 이런 루틴이었다.

누가 보지 않아도,
티 나지 않아도,
조용히 나를 지켜준 습관들.


이 작은 루틴 덕분에
나는 버티는 삶이 아니라
조금은 숨 쉴 수 있는 삶으로
조금씩 옮겨올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