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6 — 슬픔을 지나며

by 멈춤의 일기장

올해의 슬픔은
울음으로 드러나기보다
말이 줄어드는 방식으로 찾아왔다.


괜찮은 척은 했지만
마음이 자꾸만 한 박자 늦었고,
웃고 있는 와중에도
어딘가 비어 있는 느낌이 따라다녔다.


무언가를 잃었다기보다
잃어버린 채로
그 사실을 애써 외면하며
하루를 살아낸 날들이었다.


슬픔은
언제나 큰 사건에서 오지 않았다.
기대가 조용히 접히는 순간,
관계가 예전 같지 않다는 걸
문득 깨닫는 저녁,
아무 이유 없이
몸이 먼저 지쳐버린 날들.


그럴 때마다 나는
슬픔을 서둘러 정리하려 했다.
괜찮다고 말하면
괜찮아질 거라 믿으면서.


하지만 올해에서야
조금 알게 되었다.


슬픔은
빨리 지나가야 할 감정이 아니라
잠시 머물러도 되는 감정이라는 것을.


슬퍼할 수 있다는 건
그만큼 진심으로 살아왔다는 뜻이고,
아프다는 건
아직 마음이 굳어버리지 않았다는 증거라는 것을.


그래서 이제는
슬픔을 밀어내지 않으려 한다.
다만 조용히 옆에 두고
“그래, 너도 왔구나” 하고
인사해보려 한다.


올해의 슬픔은
나를 무너뜨리기보다
나를 더 천천히, 더 조심스럽게
살아가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