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공장

by 이진무

바깥에서 갑자기 땅이 흔들릴 만큼 큰 소리가 터졌다.


“쾅!”

순간, 폭탄이라도 떨어진 줄 알았다.

피노키오와 루카는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밖으로 뛰쳐나왔다.


놀이 천국 입구.
거대한 리무진 버스가 옆으로 확 뒤집혀 있었다.

마치 장난감처럼 쓰러져 버린 것이다.


차체는 덜컥거리며 기울었고,

안에서는 아이들의 비명과 아우성이 폭풍처럼 쏟아져 나왔다.


“살려줘!”
“나 못 움직여!”


창문 사이로 아이들 얼굴이 튀어나왔다.

몇몇은 필사적으로 몸을 흔들고,

어떤 아이는 다른 아이 밑에 깔려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뒤집힌 버스 안은 완전히 작은 지옥 같았다.

알록달록한 가방, 장난감, 과자 봉지가 바닥을 구르며 엉망진창으로 뒤섞여 있었다.


피노키오는 주저할 틈도 없이 달려들었다.
창문을 열어 손을 당겨 끌어내고,

쓰러진 아이를 일으켜 세우고, 눌린 아이를 하나씩 빼냈다.


아이들이 차례차례 기어 나오는 동안, 그는 이번엔 버스 바퀴 쪽으로 달려갔다.

거기에는 당나귀들이 엉켜 있었다.

당나귀들을 힘껏 바퀴에서 끌어냈지만,

당나귀 한 마리가 쓰러진 채 꼼짝도 못 하고 있었다.


당나귀 피노키오.jpeg


피노키오가 다가가 다급히 흔들었다.

“야, 괜찮아? 일어나!”


그제야 당나귀가 간신히 눈을 떴다.

커다란 눈동자가 피노키오를 향했다.
“피…노키오? 너구나.”


피노키오는 순간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어? 나를 어떻게 알아?”


“네가 이곳에 버스를 타고 올 때 말을 걸었던 당나귀가 나야.”


“진짜? 세상에! 그런데 왜 이렇게 쓰러져 있어?”


“며칠 동안 먹지도 못했어. 버스를 끌다가 지쳐서 이제… 더는 버틸 수 없었어…”


그때였다.

땅딸보 운전사가 불쑥 다가오더니, 그대로 당나귀를 걷어찼다.
“이 자식 때문에 버스가 넘어간 거야! 일부러 사고 친 거지?”


피노키오가 앞을 가로막았다.
“아니에요!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며칠 동안 제대로 먹지 못하고 버스를 모느라 거의 탈진했어요.

지쳐서 쓰러진 거라고요!”


운전사는 인상을 구기며 피노키오를 노려봤다.
“뭐야? 네가 왜 이놈 편을 들어?”


“편이 아니라… 지쳐 있으면 도와줘야죠. 걷어차는 게 말이 돼요?”


운전사는 욕을 뱉으려다 피노키오의 얼굴을 힐끗 보았다.
면 모자를 푹 눌러쓴 모습에 입꼬리를 비죽 올리더니 음산하게 웃었다.

“흥… 너도 이제 때가 되었구나.”


“때라니? 무슨 때요?”


“곧 알게 될 거다. 내가 얼마나 무서운 인간인지도!”

우렁찬 웃음소리와 함께 그는 아이들을 데리고 놀이 천국 안으로 들어갔다.


남겨진 당나귀는 거의 숨이 넘어갈 지경이었다.

하지만 피노키오를 향해 간신히 속삭였다.
“너… 벌써 당나귀 병에 걸린 거야?”


피노키오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당나귀 병? 그게 뭐야?”


“귀가 길어지고… 팔, 다리가 앞으로 모이면서… 결국 당나귀로 변하는 거야.

나도… 원래는 너희 같은 아이였는데… 이렇게 돼버렸지.”


피노키오는 얼어붙은 채로 당나귀의 말을 들었다.

“더… 알고 싶으면… 빨간 공장으로 가….”


그게 마지막이었다. 당나귀는 그대로 숨을 거두었다.


그때 뒤늦게 루카가 나타났다.

피노키오는 숨을 고르며 루카를 바라봤다.
“빨간 공장… 거기로 가야 해.”

루카는 잠시 말이 없었다.
“정말 가야겠어? 뭔가… 위험한 냄새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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